이어령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중앙포토]
이어령 교수님, 별세(召天) 뉴스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지성이였다. 15년전 개신교에 귀의 하시고 '지성에서 영성으로' 출간 이후 세상과 기독교계에 많은 화두를 던지시며 '하늘 소망'을 전해주셨다. 허전한 슬픔 속에서 선생님에 대한 지난날 작은 추억들이 떠오른다.
이어령 교수님은 저의 고등학교 은사이셨고, 평생에 그분의 책과 강연을 통하여 제가 세상에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몇분중에 한분이십니다.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이어령 선생님은 국어 선생님으로 부임하셨습니다. 약관 나이 26세, 서울대 국문과 대학원을 갓 졸업한
신출내기였습니다.
우리 2학년 7반은 그의 첫 수업시간에 음모를 꾸미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린 나이, 어쩌면 형님같은 청년을, 선생님으로 받아들이기에 우리는 너무 어렸고, 사춘기 반항기 절정의 시기에 있었습니다.
으레 손 꼽히는 장난꾼들의 주도하에, 소리를 내서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야단쳐도 우리는 아랑곳 없이 소란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선생님이 강의를 포기하고, 겨울이었는데, 교단을 내려서 스팀가 창밖을 내다보시며, 노여운 자세로 등짐을 지고 그렇게 첫 시간이 끝났습니다. 우리의 완전한 승리였습니다.
실력이 없는 선생님들은 학생들 등쌀에 결코 배겨날 수 없는, 그런 학교의 전통적인 분위기가 늘 맥맥히 우리 마음 속
긍지로 흐르고 있던 학창 시절이었습니다.
월요일 조회시간, 김원규 교장선생님으로 부터 불같은 노여움의 질책을 받았습니다.
김교장 선생님은 이제 세월이 흘러 반세기 가까이 우리나라 교육계에 전설적으로 회자되어 오시는 분이십니다. 그런 순수한 열정의 교육자가 아쉬운 시대에 우리는 안타깝게 살고 있습니다.
김교장 선생님은 전국을 훑어, 내로라는 선생님들을 스카웉해서 뽑아 올렸습니다.
지각생을 쫓다 넘어져 다리를 다쳐서, 평생을 지팡이를 짚고 다니신 그 일화가 새삼 그리워 지는 순간입니다.
존경하는 교장 선생님의 노여움에 머리를 숙인 우리 반은, 다음 국어 시간에 우선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실력을 평가하기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우리는 흥미를 가지고 다음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수업이 시작되자, 이어령 선생님의 현란한 말 솜씨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박학한 실력이 동서고금을 휘젓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넋을 잃고 있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선생님에게 참으로 미안스러워 했습니다.
그후 이어령 선생님 시간은 물론 항상 조용했습니다.
재미있었으니까!
대학시절, 젊은 선생님은 벌써 당대에 안병욱 교수님, 김형석 교수님과 함께 대학가에 최고의 인기 강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現103세의 김형석 교수님도 독실한 크리츠천임은 자랑스런일입니다)
지성의 오솔길, 흙속에 저 바람속에, 축소 지향의 일본인등은 선생님의 유명한 저서입니다.
그분의 글은, 어느 날 호수 가에서 찬란하게 부서지던 햇살의 환희와 수면 위에서 번쩍이던 물고기의 편린처럼 빛나는 예지들이 숨어있기에, 숨을 죽이고 읽어야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잘 모르는 그분의 글들을 읽었으면하는 바람입니다.
30년전 쯤 일일까.
이어령 선생님의 빙부되시는 강 할아버지(이름은 잊었지만)를 우연히 치료를 해드렸습니다.
저의 치과에서 틀이를 하시고, 그 분은 저의 단골 환자가 되셨습니다.
강할아버지는 제가 이어령선생님의 제자임을 알고, 마치 자신의 제자인양 스스럼없이 대하여, 분위기를
친숙하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셨습니다. 물론 치료비도 잘 해드렸습니다.
강 할아버지는 70여세가 넘으셔도 기골이 장대하시고, 늘 사위 이어령 교수와 딸들의 성공을 자랑하셨는데, 밉지 않게-여러모로 박식하시고 인품이 훌륭하셨던 기억들이 남아있습니다.
선생님이 하나님을 영접한 사연 뒤에는 외동딸 이민아 목사님(전LA지역 검사, 2012년 소천)의 인생시련을 통한 절실한 기도의 열매였음은 세상에 이미 유명한 일화로 알려져있습니다,
선생님은 최근 출간한 '마지막 수업' 에서 생의 진실에대해서 이렇게 고백하십니다
"모든 게 선물이었다. 우주에서 선물로 받은 이 생명처럼, 내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 게 다 선물이더라.”
그렇습니다 선생님의 고백처럼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예수님의 옷자락이라도 잡고 싶다던 선생님의 간증을 기억하며
이제 저 아름다운 천국에서 따님 이민아 목사님과 함께 예수님 품 안에 영원히 거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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