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간증

[그리스도인] 십자가의 길, 순교자의 삶 (한재성 선교사님의 간증)

배남준 2020. 6. 2. 12:37

 

 

                                         -아내의 순교  -  

 

나의 지나온 8년의 선교사역은 전적인 주님의 은혜로 이어져 왔다. 1991년 구소련이 붕괴된 후, 15개의 민족들이 독립하면서 복음을 전할 기회가 한국교회에 주어졌다. 나와 아내는 첫돌을 지난 딸 성경이와 함께 1997년 4월,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땅을 밟았다. 그리고 둘째딸을 그 땅에서 낳았다. 태권도전문인사역과 함께 교회개척사역이 나의 주사역이었다. 주님은 내가 취미로 운동해 온 태권도를 선교의 도구로 사용하셨다. 많은 젊은이들을 만났고 복음을 전할 수 있게 하셨다.

그해 첫 겨울을 나는데 평균 -30도의 추위와 함께 현지어와 여러 이질적인 문화에 적응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외적인 문화충격보다 선교사로서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역시 선교사로서 이방인을 사랑할 수 없게 될 때였다. 가장 사랑했던 제자에게 선교비를 횡령 당했던 사건, 아무 이유 없이 길거리에서 중국인으로 오해받아 가족이 집단폭행 당했던 사건, 학생비자를 가지고 교회를 개척했다는 이유로 정보국의 심문을 받고 결국 2000년도에 당국으로부터 추방명령을 받고 눈물로 그 땅을 떠나야 했던 시절을 잊을 수 없다.

그 후, 나를 처음 선교사로 불렀던 필리핀에 들어가 열방교회를 개척하여 4년을 섬겼다. 그러면서도 주님이 다시 그 땅에 부르시면 들어가겠노라고 소원하며 기도하던 중, 2004년 4월에 우리 가족은 카자흐스탄으로 돌아왔다. 모든 것이 새롭게 정착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5개월이 지난 2004년 9월 13일 오전 10시경에 집에 혼자 있던 아내가 갑작스런 괴한들의 침입에 의해 살해되었다. 그들은 돈이 필요한 갱단(마*아)의 행동대원들이었고 이미 마약사범으로 경찰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범죄자들이었다. 2004년 9월 20일,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으로 카작당국은 범인을 60시간 만에 신속하게 체포하였다. 그리고 살인자의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를 잊을수가 없다. ‘미안합니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을까? 가난한 선교사의 집에 돈이 나오지 않자 연약한 아내를 짐승처럼 손과 발을 묶고 재갈을 물려놓았다. 그리고 둔기로 왼쪽머리를 심하게 가격하여 결국 두개골 함몰과 노출혈로 나의 아내 김진희 선교사는 순교하였다. 당시, 한 달만 지나면 결혼 10주년을 맞게 되는데 아내는 먼저 그렇게 아버지의 부름을 받아 떠나가 버렸다. 나는 거실에 이미 숨이 끈어진 아내의 시신을 붙들고 ‘주님, 제발 숨을 돌려주세요’ 라고 외쳤다. 피로 범벅이 된 아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다시 심장이 뛰어 주길 바랬지만, 더 이상 아내는 깨어나질 않았다. 아내가 사망한지 5일째 현지장례식을 치루었다. 아내가 누워있던 관은 개봉되어져 모든 현지인들과 선교사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였다. 그때 주님은 ‘내가 네 아내를 받았느니라’ 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잃어버린 카자흐스탄의 땅과 민족을 위해 드려진 희생제물로서 나의 아내를 택하셨음을 알게 하셨다. 아내는 그렇게 35세의 순결한 피를 그 땅에 솟아 부었다.

그 일로 인해 한국에 들어 온 나와 두 딸은 현재 안식년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주님은 나의 자녀들이 대전국제학교에서 전액무료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열어 주셨고, 집이 없던 우리 가족에게 학교에서는 사택까지 제공해 주었다. 아내의 주검도 현재 여의도침례교회의 공원묘지를 기부 받아 현재 여주 남한강공원묘지에서 안식하게 되었다.

나는 문득 성경을 읽다가 한나가 기도하며 주님께 고백한 사무엘상 2장 6절의 말씀에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여호와는 죽이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시며...”. 이것은 사실 나의 고백이었다. 하나님은 내가 가장 사랑한 여인을 선교지에서 취하여 가시더니, 지금은 남은 가족을 살리시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한복음 12장에서 마리아가 값비싼 향유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의 발을 씻겨 드린 것 처럼, 주님은 나의 아내를 내게서 가장 값진 향유로 기뻐 받으셨음을 깨닫게 하셨다.

나의 생명과도 같은 아내를 드렸으니 이제 내 생명을 주께 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주와 복음을 위해 십자가의 길을 걷게 하시더니, 먼저 간 주님의 제자들 처럼 순교자로 불러주셨으니 이보다 더한 복이 어디 있겠는가. 아직도 내 눈에 눈물이 마르지 않았지만 그 눈물 닦아 주실 주님만 바라보리라. 그리고 주님이 예비해 두신 천국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내와 수많은 복음의 동역자들을 만날 소망가지고, 오늘도 이방인을 향해 땅끝으로 달려가리라.

모든 민족이 구원을 얻기까지, 그리고 천국에서 해 같이 빛나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