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신앙칼럼,뉴스,시,그림

예수사랑으로 헌신한 조병국님에 - 홀트복지타운 중증장애아들 감동의 축하송

배남준 2018. 8. 13. 07:35


평양에서 태어나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다. 6·25 피란길 죽은 엄마의 등에 업혀 울고, 팔이 잘린 채 기찻길에 널브러진 아이들을 보면서 "생명을 살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고달파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젊었을 적 교통사고로 죽을 뻔했던 기억을 떠올렸다고 했다. "대수술로 생명은 건졌지만 전신마비가 될 수도 있다는 의사 말을 듣고 하나님께 기도했어요. '다시 일어나 걸을 수만 있다면 이 아이들 곁을 영원히 떠나지 않겠다'고."

6만명의 아이와 만나고 헤어지며 "과학 하는 사람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크고 작은 기적을 보았다고 했다


"엄마 같은 원장님께…" 중증장애 30명이 온몸으로 부른 축하송

[22회 만해대상 시상식]
홀트복지타운 장애인합창단, 조병국 명예원장 수상 소식에 한달간 구슬땀 흘리며 입맞춰


만해대상 로고 이미지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 아리랑 고개로 넘어가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다 함께 가보자."

12일 오후 강원 인제군 하늘내린센터에서 열린 제22회 만해대상 시상식. 구슬픈 아리랑 가락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팔다리가 뒤틀려 가만히 서 있지 못하거나, 긴장해 입을 제멋대로 벌리는 아이와 어른 30여 명으로 구성된 이 특별한 합창단은 온몸으로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조병국(85)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 명예원장이 돌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올해 만해대상 실천부문 수상자인 조 명예원장은, 1993년 홀트아동복지회 홀트부속의원에서 정년퇴임했지만 후임 의사가 없어 이후 15년간 '전(前) 원장'이란 직함으로 일하다 2010년부터 홀트일산복지타운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장애아라 어디에도 입양되지 못한 아이와 어른 230여 명이 모여 사는 곳. 지적장애, 뇌병변장애, 백색증, 뇌전증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단원들은 1999년 국내 최초로 중증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를 꾸렸다. 합창단원들은 지난 한 달간 구슬땀을 흘리며 무대를 준비했다.

"엄마가 없는 제게 원장님은 어머니와도 같은 분이죠." 이날 무대에서 청아한 목소리로 솔리스트를 담당한 박지혜(49)씨는 돌이 지나고 홀트에 맡겨졌다. 장애가 있어 입양이 어려워지자 일산타운에서 지냈다. 합창단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12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 인제하늘내린센터에서 열린 2018 만해대상 시상식에서 실천부문 수상자인 조병국(가운데 여성)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 명예원장이 자신이 돌보고 있는 홀트일산복지타운 합창단원들 사이에서 밝게 웃고 있다. 지적장애, 뇌병변장애, 뇌전증 등 중증장애인 3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 ‘영혼의 소리로’는 이날 조 원장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고향의 봄’과 ‘홀로 아리랑’을 불렀다. /박상훈 기자


이날 공연에서는 작은 체구에 빨간 테 안경을 쓴 합창단원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적장애 2급과 구순열을 앓다 2011년에 홀트에 맡겨진 김연희(9)양이다. 저체중으로 몸집은 다섯 살 정도로 보이지만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입을 크게 벌리며 '열창'했다. 선천적 손가락 결여로 연희의 오른쪽 손가락은 구슬처럼 작다. 그것이 부끄러워 손을 소매 안에 숨겨 다녔던 연희는 합창단 생활을 하면서 누구보다 밝아졌다. 지금은 합창단의 마스코트. 연희는 "우리 원장님 상 탄 거 축하해주러 왔다"며 싱긋 웃었다.

중증장애인 30명의 목소리가 아름다운 하모니로 만들어지는 공연 뒤에는 지휘자 손종범(33)씨가 있다. 합창단 창립 지휘자인 박제응(54) 지휘자의 제자다. 상명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손씨도 2004년부터 합창단과 인연을 맺어오다 스승 박씨가 개인 사정으로 일을 지속할 수 없게 되자 4년 전부터 합창단을 맡았다. 손씨는 "악보를 볼 줄 아는 단원이 없고, 발음을 정확히 하는 것조차 어려운 분들이 많아 내 입모양을 보고 따라 하며 익힌다"고 했다.

10분 남짓한 축하 공연이 끝나자 조병국 명예원장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단원들이 한목소리로 "원장님 축하드려요!"라고 외쳤고, 올해 합창단에 처음 들어온 이윤성(11)군이 조 원장에게 달려가 수줍게 꽃다발을 건넸다. 조 원장은 단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안아줬다. 조 원장은 "1999년 합창단이 만들어지고 첫 공연을 관람했을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순간이 기억난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엔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홀트아동복지회에 맡겨져 미국으로 입양된 라이언(22·한국명 권영준)씨도 참석해 조 원장의 수상을 축하했다. 그는 조 원장이 신체검사를 해 준 아이다. 라이언은 홀트아동복지회 설립자 고(故) 해리 홀트의 딸이자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는 말리 홀트와 동행했다. 혈액암 투병 중이지만 친자매나 다름없는 조 원장을 축하하기 위해 달려온 말리 이사장은 "전쟁 통에 부모를 잃고 죽어가던 아이들을 조 원장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려낸 덕에 오늘의 아름다운 순간을 맞았다"며 기쁨을 나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3/201808130011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