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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자리 관서 영면(빌리 그레이엄)/김장환 목사 대표 추도사 (조선일보)

배남준 2018. 3. 9. 08:01



빌리 그레이엄 장례식 다녀온 김장환 목사 "평화로웠다"
"3년 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한국서 또 집회 열자고 했는데…"
일화 전하며 故人 전도 열정 회상


"고(故)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이 누운 관(棺)은 루이지애나 교도소의 재소자들이 만든 300달러(약 32만원)짜리 소나무 관이었습니다. 1만달러짜리인들 못했겠습니까. 평소 모습처럼 겸손하게 가신 거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했지만 추모사는 물론 그에게 인사말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지난 2일(현지 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샬럿에서 열린 빌리 그레이엄(1918~2018) 목사의 장례식에 다녀온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81) 목사는 8일 "(장례식은) 평화롭고 자연스러웠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이날 장례식에서 외국인 목사를 대표해 추모사를 낭독했다. 그레이엄 목사의 가족 외에 추모사를 한 이는 레바논 목사 한 명과 김장환 목사 두 명뿐이었다. 레바논 목사는 고인의 장남 프랭클린을 전도(傳道)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2000여명의 각계 인사가 참석했다.

김장환 목사가 2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그레이엄 목사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김장환 목사가 2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그레이엄 목사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세기의 부흥사' '미국의 목사'로 불린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트루먼 이후 트럼프에 이르기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영적(靈的) 멘토로 꼽혔다. 이런 위상을 반영하듯 그의 유해는 지난달 28일부터 3월 1일 워싱턴DC 연방의사당 중앙홀에서 조문객을 맞기도 했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그의 시신이 안치된 샬럿의 기념도서관을 직접 찾아 조문했다.

김 목사는 이날 추모사를 하면서 3년 전 마지막 만남에서 그레이엄 목사가 "우리 다시 한국에서 전도집회 열자"고 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고 한다. 그러자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빙그레 웃었고 이어서 박수가 터져나왔다고 했다.

김 목사는 "저도 살짝 놀랐다"며 "참석자들이 에피소드를 들으면서 생전의 그레이엄 목사가 보여준 전도 열정을 떠올린 것 같다"고 했다. 김 목사는 1973년 100만 인파가 몰렸던 서울 여의도광장 '빌리 그레이엄 전도집회'에서 통역을 맡았었다.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인연을 맺었고 45년 우정을 이어왔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 장례식 모습.
빌리 그레이엄 목사 장례식 모습. /EPA 연합뉴스


고인의 가족과 측근들은 그레이엄 목사가 90세가 된 10년 전부터 '워싱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장례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는 동안 추모사와 사회를 맡기로 했던 인사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 때문에 원래 계획대로 장례식에서 추모사를 한 건 저 혼자였어요." 장례식 준비위가 요청한 추모사 시간은 1인당 3분. 자녀들에게 할당된 시간도 3분이었다. 김 목사는 "추모사를 3분 50초 정도 했다. 아무리 빼고 줄여도 그 이하로는 못 줄였다"고 했다.

그는 장례식 참석차 출국하기 전 "그레이엄 목사의 장례식은 또 다른 의미의 전도집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전역에 중계되는 장례식을 통해 그의 생애가 재조명되면서 대중에게 감동을 줄 것이란 얘기였다. 실제로 장례식 후 CNN은 "빌리 그레이엄의 마지막 십자군운동"이라고 보도했다. 김 목사는 "평생 겸손하게 살다 가신 목사님답게 장례식도 간소하고 영적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