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라브리공동체를 방문한 청년들이 지난 16일 강원도 양양 구룡령로 라브리선교회 2층 도서관에서 오후 티타임을 즐기고 있다.
탈종교의 시대다. 신앙이나 영성 같은 단어는 어느새 구시대의 산물이 되어가고 있다. 탈종교화는 특히 청년층에서 도드라진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무종교인은 2005년 2182만6000명(47.1%)에서 2015년 2749만9000명(56.1%)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20대 무종교인은 52.1%에서 64.9%, 30대 경우는 52.1%에서 61.6%로 늘었다.
국민일보는 새해를 맞아 세속화의 거친 도전 속에서도 여전히 기독교 신앙이 진리일 수 있는지 고민하는 청년들이 모여드는 현장을 찾아봤다. 한국라브리공동체(한국라브리)는 성인경·조경옥 간사 부부가 라브리공동체를 처음 시작했던 프랜시스 쉐퍼 목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1990년 한국에 설립한 기독교 공동체다. 라브리(L’Abri)는 노동과 기도, 토론과 독서를 통해 기독교 신앙을 접하려는 청년들에게 프랑스 단어의 본뜻 그대로 피난처가 돼 왔다.
강원도 양양 구룡령로에 있는 한국라브리를 지난 16∼17일 방문해 생활 영성의 현장을 직접 체험해 봤다.
한국라브리를 찾은 청년들은 번잡했던 세속에서 잠시 벗어나 평범한 일상 속에서 기독교 영성을 체득하게 된다.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사들은 방문객들이 식사, 노동, 대화, 기도 등 모든 상황 속에서 하나님을 의식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간사들이 돌아가며 준비하는 식사 시간은 진지한 대화로 이어진다. 밥상머리에서 정치와 종교 문제는 언급하지 말라는 금언은 이곳에서 통하지 않는다. 깊은 얘기를 주고받는 식사는 쉐퍼 목사 부부가 만든 전통이다. “하나님이 진짜로 존재합니까”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뭡니까” 같은 심각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식사시간 1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
오전은 노동시간이다. 건물 안팎을 청소하고 파손된 곳이 있으면 직접 수리도 한다. 건물 모두가 나무로 지어져 있어 관리에 유독 손이 많이 간다. 기자는 최고참인 이충성 간사와 함께 오전 오두막 지붕에 다람쥐가 뚫어놓은 구멍을 막고, 지붕에 쌓인 낙엽을 쓸어냈다. 영상 5도의 서늘한 날씨에도 톱질과 빗자루질에 열중하자 금세 목과 등에 땀이 흘러내렸다. 오후에는 티타임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자유롭게 각자 생각을 꺼내놓는다. 기독교 신앙과 삶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보통 이 시간을 통해 이뤄진다.
초등학교 교사 한예리(가명·28·여)씨가 “청년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어떻게 해야 삶의 큰 그림을 그리며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라브리를 운영하고 있는 성인경 간사는 “하루 5분이라도 고요히 하나님께 기도하고, 일주일에 하루씩 자신을 고요히 돌아볼 수 있어야 삶의 방향을 잃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이를 들은 한 청년은 “맞는 말인데 탁상공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성 간사는 “라브리공동체의 핵심 철학은 삶의 모든 순간을 예수님의 보혈을 의지하면서 살자는 실제적인 내용”이라며 “노동하고 쉬고 식사하는 모든 상황 속에서 성령을 의지하고 죄와 싸우는 실천이 기독교 신앙”이라고 강조했다.
하나님을 믿는데도 삶에 기쁨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삼원 간사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해서 모든 순간이 기쁠 수 없다. 신자는 자신의 죄, 세상의 악과 싸워야 하고 때로 아픔과 눈물도 뒤따른다”며 “하나님 안에서 궁극적인 기쁨을 갖되 무조건 기뻐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청년들은 “사회가 무조건적인 행복을 강요하는 것 같다” “하나님과 무관하게 자기만족을 기쁨으로 오해한다”며 각자 생각을 덧붙였다.
라브리공동체는 신앙과 삶의 고민을 안고 있는 청년들의 피난처이자 충전소 역할을 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김은지(25·여)씨는 교회와 진로 문제 때문에 한국라브리를 찾았다. 일주일 동안 기도하고 답을 찾아볼 생각이다. 대학생 박모(23·여)씨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대학생활에 적응하는 게 힘들어 무기력증에 시달리다 지난해 라브리에 와서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를 얻었다. 당시 감사했던 기억을 간직한 채 다시 이곳을 찾았다.
한국라브리에는 매년 1000명 정도의 방문객이 드나든다. 그중 300명 정도는 장기 숙박하며 라브리 생활을 경험하고 있다. 성 간사는 “한국라브리는 기독교 신앙에 대해 고민하는 불신자나 청년 가나안 교인들에게 열려 있다”며 “앞으로도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신 분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증언하는 곳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라브리공동체는
美 기독철학자 쉐퍼 목사가 주창
영적 실재 찾고 교리 순결성 지켜
사회에서의 신앙 실천을 목표로
국제라브리공동체는 미국의 기독교 철학자 프랜시스 쉐퍼(1912∼1984)에 의해 처음 설립됐다. 쉐퍼 목사는 기독교를 수많은 종교 중 하나가 아닌 진리라고 주장하며, 기독교가 점차 약화되는 세계의 조류에서도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신앙을 강조했다.
국제라브리위원회는 이 같은 라브리의 철학과 신앙고백을 담은 ‘라브리 선언문’을 1997년 4월 내놨다. 한국라브리공동체(한국라브리)는 이 선언문에 기초해 사역 핵심을 크게 세 가지로 정했다.
우선 한국사회에서 영적 실재성을 찾고 각성시키는 역할을 강조한다. 실존적인 신앙생활을 통해 형식만 남은 믿음이 아니라 바른 영성을 찾는 게 목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삶의 전 영역이 회복됐다는 것을 믿고 삶으로 실천하고자 애쓴다.
다음은 교리적인 순결성을 지키는 것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이 성경 속에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기독교의 진리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진리라는 결론을 고수한다.
끝으로 사회에서의 신앙 실천을 목표로 한다. 공부만 하고 실천이 없으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약 2:17)는 성경구절은 한국라브리가 강조하는 핵심 결론이다.
한국라브리는 강원도 양양군 서면 구룡령로 3025에 있다. 최대 수용인원이 10∼12명 정도라 등록 예약이 필수다. 등록 방법과 개방 기간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용 기간 중 생활비는 3∼5월, 9∼11월은 3일 이하일 경우 하루 3만3000원, 4일 이상은 3만원이다. 12∼2월, 6∼8월은 3일 이하 4만4000원, 4일 이상은 4만원이다.
양양=글·사진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국민일보는 새해를 맞아 세속화의 거친 도전 속에서도 여전히 기독교 신앙이 진리일 수 있는지 고민하는 청년들이 모여드는 현장을 찾아봤다. 한국라브리공동체(한국라브리)는 성인경·조경옥 간사 부부가 라브리공동체를 처음 시작했던 프랜시스 쉐퍼 목사의 정신을 이어받아 1990년 한국에 설립한 기독교 공동체다. 라브리(L’Abri)는 노동과 기도, 토론과 독서를 통해 기독교 신앙을 접하려는 청년들에게 프랑스 단어의 본뜻 그대로 피난처가 돼 왔다.
강원도 양양 구룡령로에 있는 한국라브리를 지난 16∼17일 방문해 생활 영성의 현장을 직접 체험해 봤다.
한국라브리를 찾은 청년들은 번잡했던 세속에서 잠시 벗어나 평범한 일상 속에서 기독교 영성을 체득하게 된다.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사들은 방문객들이 식사, 노동, 대화, 기도 등 모든 상황 속에서 하나님을 의식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간사들이 돌아가며 준비하는 식사 시간은 진지한 대화로 이어진다. 밥상머리에서 정치와 종교 문제는 언급하지 말라는 금언은 이곳에서 통하지 않는다. 깊은 얘기를 주고받는 식사는 쉐퍼 목사 부부가 만든 전통이다. “하나님이 진짜로 존재합니까”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뭡니까” 같은 심각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식사시간 1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간다.
오전은 노동시간이다. 건물 안팎을 청소하고 파손된 곳이 있으면 직접 수리도 한다. 건물 모두가 나무로 지어져 있어 관리에 유독 손이 많이 간다. 기자는 최고참인 이충성 간사와 함께 오전 오두막 지붕에 다람쥐가 뚫어놓은 구멍을 막고, 지붕에 쌓인 낙엽을 쓸어냈다. 영상 5도의 서늘한 날씨에도 톱질과 빗자루질에 열중하자 금세 목과 등에 땀이 흘러내렸다. 오후에는 티타임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자유롭게 각자 생각을 꺼내놓는다. 기독교 신앙과 삶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보통 이 시간을 통해 이뤄진다.
초등학교 교사 한예리(가명·28·여)씨가 “청년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어떻게 해야 삶의 큰 그림을 그리며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라브리를 운영하고 있는 성인경 간사는 “하루 5분이라도 고요히 하나님께 기도하고, 일주일에 하루씩 자신을 고요히 돌아볼 수 있어야 삶의 방향을 잃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이를 들은 한 청년은 “맞는 말인데 탁상공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성 간사는 “라브리공동체의 핵심 철학은 삶의 모든 순간을 예수님의 보혈을 의지하면서 살자는 실제적인 내용”이라며 “노동하고 쉬고 식사하는 모든 상황 속에서 성령을 의지하고 죄와 싸우는 실천이 기독교 신앙”이라고 강조했다.
하나님을 믿는데도 삶에 기쁨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삼원 간사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해서 모든 순간이 기쁠 수 없다. 신자는 자신의 죄, 세상의 악과 싸워야 하고 때로 아픔과 눈물도 뒤따른다”며 “하나님 안에서 궁극적인 기쁨을 갖되 무조건 기뻐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청년들은 “사회가 무조건적인 행복을 강요하는 것 같다” “하나님과 무관하게 자기만족을 기쁨으로 오해한다”며 각자 생각을 덧붙였다.
라브리공동체는 신앙과 삶의 고민을 안고 있는 청년들의 피난처이자 충전소 역할을 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김은지(25·여)씨는 교회와 진로 문제 때문에 한국라브리를 찾았다. 일주일 동안 기도하고 답을 찾아볼 생각이다. 대학생 박모(23·여)씨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대학생활에 적응하는 게 힘들어 무기력증에 시달리다 지난해 라브리에 와서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를 얻었다. 당시 감사했던 기억을 간직한 채 다시 이곳을 찾았다.
한국라브리에는 매년 1000명 정도의 방문객이 드나든다. 그중 300명 정도는 장기 숙박하며 라브리 생활을 경험하고 있다. 성 간사는 “한국라브리는 기독교 신앙에 대해 고민하는 불신자나 청년 가나안 교인들에게 열려 있다”며 “앞으로도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신 분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증언하는 곳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라브리공동체는
美 기독철학자 쉐퍼 목사가 주창
영적 실재 찾고 교리 순결성 지켜
사회에서의 신앙 실천을 목표로
국제라브리공동체는 미국의 기독교 철학자 프랜시스 쉐퍼(1912∼1984)에 의해 처음 설립됐다. 쉐퍼 목사는 기독교를 수많은 종교 중 하나가 아닌 진리라고 주장하며, 기독교가 점차 약화되는 세계의 조류에서도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신앙을 강조했다.
국제라브리위원회는 이 같은 라브리의 철학과 신앙고백을 담은 ‘라브리 선언문’을 1997년 4월 내놨다. 한국라브리공동체(한국라브리)는 이 선언문에 기초해 사역 핵심을 크게 세 가지로 정했다.
우선 한국사회에서 영적 실재성을 찾고 각성시키는 역할을 강조한다. 실존적인 신앙생활을 통해 형식만 남은 믿음이 아니라 바른 영성을 찾는 게 목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삶의 전 영역이 회복됐다는 것을 믿고 삶으로 실천하고자 애쓴다.
다음은 교리적인 순결성을 지키는 것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이 성경 속에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기독교의 진리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진리라는 결론을 고수한다.
끝으로 사회에서의 신앙 실천을 목표로 한다. 공부만 하고 실천이 없으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약 2:17)는 성경구절은 한국라브리가 강조하는 핵심 결론이다.
한국라브리는 강원도 양양군 서면 구룡령로 3025에 있다. 최대 수용인원이 10∼12명 정도라 등록 예약이 필수다. 등록 방법과 개방 기간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용 기간 중 생활비는 3∼5월, 9∼11월은 3일 이하일 경우 하루 3만3000원, 4일 이상은 3만원이다. 12∼2월, 6∼8월은 3일 이하 4만4000원, 4일 이상은 4만원이다.
양양=글·사진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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