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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섬 - 10곳중 9곳 '미자립'

배남준 2017. 12. 27. 10:27
사랑과 관심 보내줄 도시교회 없나요? 외로운 섬교회… 10곳 중 9곳 ‘미자립’ 기사의 사진


#섬 사역 18년째인 충남 서천군 유부도 갈릴리교회 김광수(62) 목사는 고민이 많다. 정기 여객선도 다니지 않는 작은 섬이지만, 그동안은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자긍심으로 견뎠다. 처음 출석하던 교인은 대부분 돌아가셨거나 뭍으로 이사했다. 노인 교인들도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 은퇴를 앞둔 김 목사는 앞으로 어떻게 섬 교회를 운영해야 할지 걱정이다.

#육지에서 배로 3시간 걸리는 고향 전남 신안군 하태도교회 박채국(65) 목사는 생계를 이어가기조차 어렵다. 교인 대다수가 헌금할 여력이 없는 노인들뿐이다. 어업에 종사하는 섬 주민들은 물고기 판매가 쉽지 않아 가난에 허덕인다. 박 목사도 목회 외에 15년째 주민처럼 어업을 해서 번 돈을 생활비와 교회운영비로 충당한다. 그는 단지 고향 교회를 지키겠다는 일념뿐이다.

섬 교회 10곳 중 9곳은 미자립교회로, 섬 교회 목회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섬선교 단체인 한국섬선교회(ksum.org)가 26일 발표한 ‘2017 섬선교 실태조사’에서 국내 섬 3000여개 중 유인도는 398개이고 이 중 한두 명만 사는 섬이 22개로 집계됐다. 10명 이하는 51개이고 177개(44%)의 섬은 50명도 채 안 된다. 

몇몇 큰 섬이나 관광업과 양식업이 잘되는 섬은 청년의 유입이 늘고 있지만 대부분의 섬은 노령인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섬의 암울한 실정은 교회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252개의 섬에 544개의 섬 교회가 있다. 큰 섬에는 물론 교회도 많다. 10개 이상의 교회가 있는 곳이 울릉도, 비금도, 백령도 등 9곳이다. 

하지만 177개의 섬에는 단 한 개의 교회가 있을 뿐이다. 교회가 아예 없는 섬도 146개에 달했다. 유인도의 3분의 1 정도엔 교회가 없는 셈이다. 

교인 구성원 또한 노인이 많다. 생활력이 약한 노인 교인들 몇 명으로는 교회운영이 어렵다. 오히려 그들은 늙고 병들어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다. 사람들이 섬을 외면하는 이유는 자녀가 다닐 학교가 폐교됐거나 복지시설 부족이 가장 큰 이유다. 젊은 교역자가 섬 교회를 찾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사에 따르면 섬 교회 10개 가운데 9개는 미자립교회였다. 자체 재정으로는 교역자 한 사람의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열악한 재정 상태에 허덕인다. 1987년 선교회 창립 당시 30%였던 미자립교회는 97년 50%로 늘었다. 이듬해 IMF 위기가 닥치면서 88%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늘어난 91%를 차지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실정이다. 

한국섬선교회장 최종민 목사는 “현재 섬 교회는 존립이 어려울 정도”라며 “그만큼 도시교회의 후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해외선교 비중이 높은 도시 교회의 선교 방향 때문에 섬 교회가 겪는 어려움은 더 크고 복잡하다”고 관심을 호소했다. 

한국섬선교회는 연말연시가 되면 도시 교회와 섬 교회 간 자매결연을 주선해 왔다. 올해는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보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요청이 오면 지원이 시급한 섬 교회 현황서를 보내주고 선교후원비는 섬 교회로 직접 송금토록 안내하고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