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칼럼(하늘소망)

40년 외교관 생활 마치고 성경 14년간 번역 - 전 이스라엘 대사 박동순

배남준 2017. 12. 24. 19:09


박동순 전 이스라엘 대사
구절마다 화자 밝혀 드라마化
은퇴후 공부 시작, 출판사도 세워


"14년 걸렸습니다. 크리스천으로서 성경이 좀 더 많이 읽히고, 쉽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에서 선의(善意)의 도전을 한 셈이죠."

박동순(82) 전(前) 이스라엘 대사가 성경 신·구약 66권을 번역한 '말씀, 스터디 드라마 바이블'(도서출판 도미누스)을 펴냈다. 박씨 번역의 특징은 '드라마'라는 부제처럼 성경의 각 구절에 화자(話者)를 분명히 밝혀 각본화했다는 점. 가령 '창세기' 첫 구절 '태초에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다' 앞엔 '해설자', '빛이 있어라'는 말씀 앞에는 '하나님'이라고 적었다. '하와' '뱀' '카인'도 화자로 표기됐다. 하나님 말씀은 모두 붉은 활자로 인쇄돼 하나님이 직접화법으로 이야기한 구절을 한눈에 구별할 수 있다.

박동순 전 대사는“성경은 기본적으로 인생 모든 요소가 녹아 있는 최고의 드라마”라며“읽기 쉽게 번역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동순 전 대사는“성경은 기본적으로 인생 모든 요소가 녹아 있는 최고의 드라마”라며“읽기 쉽게 번역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복음서도 마찬가지다. '낳고 낳고'로 이어지는 마태복음 1장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는 '해설자'로, '보아라, 처녀가 잉태하여(…)'라는 1장 23절은 '하나님', 세례요한에게 '지금 하는 방식대로 하자. 이것이 우리가 모든 의(義)를 충족하는 데 맞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구절엔 '예수님'으로 각각 화자를 밝혔다. 그는 이 책을 출간하기 위해 직접 출판사를 만들었다.

경남 함양 출신인 박씨는 경남중·고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직업 외교관으로 평생을 보냈다. 온누리교회 원로 장로이기도 한 그가 성경 번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은퇴 후부터. "40년 공직 생활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성경 공부를 시작했는데 속도가 안 나가는 거예요. 어떤 부분은 영어 성경이 이해가 쉬울 정도였어요. 성경은 기본적으로 인생 만사가 다 들어 있는 이야기이자 최고의 드라마인데, 국내 번역본은 그런 매력이 잘 전달이 안 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연극 극본처럼 '각본화'를 생각했다. 번역은 '아메리칸 킹 제임스 버전'을 기초로 했고,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개정 개역판을 비롯한 다양한 성경을 참고했다. 1661년 영국에서 발간된 '킹 제임스 성경'은 영어권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성경이다. 성경 66권 각각의 개요와 장(章)의 개요를 요 약했고, 본문 가운데에도 내용 이해를 돕는 소제목을 삽입했다.

"제가 성경을 번역하겠다고 하니 아내부터 반대했어요. 이미 사람들이 잘 읽고 있는 성경이 있는데, 왜 신학자도 아닌 제가 번역하느냐는 거였죠. 그럼에도 저는 성경이 교양서적으로서도 충분히 읽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번역이 성경이라는 대로(大路)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자부합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21/201712210012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