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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 없는 말씀은 그냥 소리일 뿐 - 한국교회 어떻습니까? 홍정길 & 최일도

배남준 2017. 12. 22. 12:26

 

 

[성탄절 앞두고 만난 홍정길·최일도 목사]

발달장애인·노숙인 돕기 앞장, 20년 넘게 형·동생 인연 이어와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 교회, 사회 '소금' 역할 회복해야"

홍정길(75) 남서울은혜교회 원로목사와 최일도(60) 다일공동체 대표 목사는 '이웃사촌'이다. 이들이 이웃한 곳은 경기 가평 설악면 설곡리. 국도를 벗어나 차량이 교행하기도 쉽지 않은 산길을 20~30분 올라가면 산골짜기에 '생명의 빛 예배당'과 '설곡산 다일공동체'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다.

홍 목사는 교회 건물을 짓지 않는 대신 발달장애인을 교육하는 밀알학교에 강당을 지어주고 일요일에만 사용하는 남서울은혜교회를 이끌었다. '밥퍼 목사'로 유명한 최 목사는 신학생 전도사 시절부터 서울 청량리역을 무대로 노숙인 등 가난한 이들을 섬겨왔다. 두 교회는 올해 추수감사절부터 '교환 합동 예배'를 드리고 있다. 추수감사절엔 다일공동체 식구들이 '생명의 빛 예배당'을 찾았고, 설교는 최 목사가 했다. 오는 24일 성탄예배는 반대로 '생명의 빛 예배당' 성도들이 다일공동체를 방문, 홍 목사가 설교할 예정이다.

홍 목사는 예장 합신, 최 목사는 예장 통합 소속이다. 평생을 봉사와 섬김으로 살아온 목회자들이 교류하는 모습은 개신교계에 훈훈한 미담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난히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올해 성탄절(25일)을 앞둔 지난 17일 설곡리 골짜기에서 두 목회자를 만나 성탄의 의미를 들었다.

발달장애인 교육과 노숙인 돕기로 잘 알려진 홍정길(오른쪽) 목사와 최일도 목사가 경기 가평 ‘생명의 빛 예배당’에서 만났다. 이 예배당은 아름드리 홍송 사이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독특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설곡리 이웃사촌인 두 목사는 “한국 교회가 말씀의 실천을 통해 ‘소금’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교육과 노숙인 돕기로 잘 알려진 홍정길(오른쪽) 목사와 최일도 목사가 경기 가평 ‘생명의 빛 예배당’에서 만났다. 이 예배당은 아름드리 홍송 사이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독특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설곡리 이웃사촌인 두 목사는 “한국 교회가 말씀의 실천을 통해 ‘소금’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평=이태경 기자

―두 분 인연이 궁금합니다.

최일도(이하 최)="20년도 넘었습니다. 제가 청량리에서 밥퍼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된 시절, 반포 남서울교회 담임이시던 홍 목사님이 부르셨어요. 헐레벌떡 달려갔더니 대뜸 안아주시면서 '일도 형제'라 부르셨어요. '홍 목사님'이라 불렀더니 '야, 형이라 불러' 하셔서 이후로 큰형님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홍정길(이하 홍)="최 목사는 정말 힘든 사역을 하면서도 변함이 없습니다. 당시 남서울교회엔 중산층·전문직이 많이 나왔습니다. 제가 일부러 '우리 좀 불편하게 살자'고 이야기하던 때입니다. 그런데 정말 불편을 자청해서 사역하는 게 최 목사였지요. 그래서 불러서 격려하고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유학생 수련집회인 코스타 집회에 강사로 초청했지요."

―그 인연이 설곡리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은퇴 선교사들의 보금자리를 만들 생각으로 들어왔는데, 최 목사가 먼저 와있었지요. 1970~80년대 세계 각지로 파송했던 선교사들이 이제 은퇴하고 있어요. 갈 데가 없죠. 반면 한국에는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지요. 가평 지역도 점차 다문화 가정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요. 은퇴 선교사의 경험과 다문화 가정을 연결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 책이 밀리언셀러가 되면서 인세 수입의 절반은 북한 결핵 퇴치 사업에 기증하고 나머지로 여기 농가 주택을 구입한 것이 설곡리 생활의 시작이었지요. 영성수련이 없는 나눔·섬김은 일반 NGO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에서 영성수련원으로 마련했습니다."

―2017년은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개신교계로 보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이기도 했습니다.

="세미나, 집회, 종교개혁지 방문 등 많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종교개혁의 의미는 얼마나 되새겼나 반성합니다. 루터를 비롯한 개혁가들은 '오직 말씀'을 외쳤습니다. 말씀은 실체, 즉 실천이 없으면 그냥 '소리'일 뿐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실체는 거룩, 성찰, 정직,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실체가 있으면 사회가 바뀝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인 올해 한국 교회에 그런 실천이 있었는지 반성합니다."

="저는 개신교계에서 '빛과 소금'이라고 말하는 순서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성경에서 예수님도 '소금'을 먼저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빛과 소금'이라고 하니 한국 교회가 그동안 '빛'에만 끌린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소금'을 회복해야 합니다. 구호나 외침이 아니라 여기 같은 산골짜기에서 침묵 속에 묵상하며 힘을 길러 삶으로 실천하는 신앙이 필요합니다."

―이제 곧 성탄절입니다. 성탄절을 맞는 마음은 어떠신가요.

="저는 성탄절 날짜가 절묘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12월 25일은 모두가 한 해를 정리하는 때입니다.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은 후회되는 일, 고통스러운 기억을 있는 그대로 하나님 앞에 내놓고 맡겨야 합니다. 반대로 영광된 일, 큰 은혜를 입은 일이 많았다면 교만하지 말고 그 역시 하나님 앞에 경외하고 겸손하게 순종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내년을 살아갈 새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입니다. 그 가운데 상처도 많았습니다. 상처는 그대로 두면 흉터로 남습니다. 동방박사들이 별을 보고 따라가 갓 태어난 그리스도를 만났듯이 별을 보는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도 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지 않았겠습니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2/22/201712220010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