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줄 가운데 김연수 수녀(계성여중 국어 교사)-
그대가 내게로 오면 (지하철 시)
그대가
내게로 오면
나는 그저
기쁨으로 넘쳐 흐릅니다
그대 머무실
자리 비켜
나를 덜어냄조차
해맑은 노래되어
흐릅니다
기다릴 그대 있어
바람도 건너 보내고
구름도 흘러 보냅니다
가슴 속에 이는
바람도 잠재우고
소리도 다스리고
나라 여기던
내 모습도 흩어 보냅니다
기다립니다
기다립니다
내 기쁨
천지에 가득합니다
물의 연가
그대 위해서라면
아무리 낮은 곳이라도
내려설 수 있어요
나 무너질 수도 있어요
천만 번도 더
그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어요
심산계곡 고친 들
대양 너머 하늘까지라도
그대에게 기쁨 된다면
꽃과 별의 속삭임을
뜨거운 가슴에 품어 노래를 빚어내듯
살과 넋을 가르는 아픔도
함묵으로 일렁일 수 있어요
그대와 하나일 수 있다면
자취 없이 사라진대도
꽃잎으로 웃을 거예요
푸른 휘파람 날리며
행복의 열매를 익힐 거예요
-나의 기쁨-
누가 나를
거지라 하신대도
나는 기쁩니다
가난한 이에게
하늘나라를 주시는 분이
나를 아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소경이거나 벙어리이거나
귀머거리라 하신대도
나는 기쁩니다
가리운 눈 뜨게 하여
참 세상 보게 하시는 분이
참된 말 듣고 참된 말 하도록
나를 인도하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병자로 하셔도
나는 기쁩니다
아픈 곳 고쳐주는 의사이신 분을
내가 믿고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위선자거나 죄인이라
질책하신대도
나는 기쁩니다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는 분이
나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내가 확실히 알기 때문입니다
내가 무엇이라 하셔도
나는 기쁩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시면
더욱 기쁩니다
세상에 오시어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이
나의 모든 일에
모든 것이 되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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