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간증

낮은데로 임하소서 - 새빛맹인선교회 안요한목사

배남준 2017. 11. 15. 12:00




나의 사랑 나의 아버지 - 안요한 목사

안진삼(安鎭三), 2003년에 94세를 일기로 하늘나라로 가신 선친의 존함입니다. 선친은 이웃 마을에 있던 부흥집회를 다녀오신 후 갑자기 달라지셨고, 저의 출생을 계기로 가산의 대부분을 평양신학교에 헌납하고 자신이 너무 늦게 섬기기 시작한 하나님에 대한 참회로, 가족을 먹여야 할 보호자가 아닌 신학교의 늦깍이 학생이 되셨습니다.

병(炳’)자 돌림을 가진 저의 형제들과는 달리 선친은 본인의 소명을 기념하여 요한이란 이름을 부여받은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고난과 가난을 물려받아야만 했습니다.

선친은 본인이 받은 소명에 의해 여러 지역을 다니며 어머니를 포함한 아홉 명의 가족을 인부삼아 교회를 지으셨고 교인이 4,50명 정도 되면 더 머물러 계시지 않고 다시 개척할 곳을 찾아 나섰습니다. 가난에 찌든 삶에 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 때문에 죄 없는 가족에게 고통을 주는 아버지가 싫었습니다. 아니 아버지를 선택한 하나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 반항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어린 저는 할 수 있는 모든 치졸한 방법을 동원하여 아버지를 괴롭혔으며 급기야 주일 날 교회당 문 앞에 “하나님은 계시지 않느니라아.” (안요한 복음 1장 1절) “주 예수를 믿으라? 너희 할애비를 믿어라.” (안요한 복음 1장 2절)를 써 붙이는 만행으로 교인들의 힐난과 질책을 받게 하였습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내가 아버지라는 굴레에서 멀리 벗어나는 첩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서울로 진학하면서 아버지와의 길고 긴 싸움에서 완전히 해방된 저에게는 가슴 설레이는 외교관의 꿈이 펼쳐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일반대학원 진학과 외무직 시험을 준비할 때에 선친은 목회지인 강원도 영월로 저를 부르셨습니다.

저를 부르신 사연을 궁금해 하며 탄 완행열차는 단양,문경 언덕의 조그마한 간이역에 멈추었고 차창을 바라보던 제 시선은 하늘하늘 바람을 타고 동그란 분홍빛 머리를 흔들어 대는 코스모스에 멈추었습니다.

그 순간 코스모스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마치 저에게 아버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던 순종하라는 듯 분홍빛 머리를 끄덕였고 이상하게도 그 순간만큼은 아버지의 뜻에 순종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선친은 저에게 신학대학원에 가라는 핵폭탄과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보고 신학대학원을 나와 목사가 되라고요? 저도 아버지처럼 가난하게 살면서 아내를 어머니처럼 고생시키라는 말입니까?” 분노가 치솟던 그 순간, 저는 아버지께서 등을 돌리시며 흐르는 눈물을 닦으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때 아버지의 눈물을 저는 처음 보았습니다.

순간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하나님은 계신 걸까? 그렇지 않고선 자기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본인과 같은 고생길을 가라고 하실 수 없을테니까!’ 그때 문득 코스모스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눈물을 보면서 “네, 아버지 갈게요!” 라며 순종하였습니다. 그렇게 선택한 신학대학원의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알 수 없는 반항심과 믿을 수 없는 성경말씀이 저를 더욱 방황하게 만들어 결국 스스로 학교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엔 하나님 없이도 잘 산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저의 삶은 탄탄대로였습니다. 하지만 결혼하여 두 딸의 아버지가 되어 꿈을 위해 미국행을 준비하던 어느 날 아침 모든 것이 어둠으로 변하였습니다. 제 나이 37세에 시각장애인이 된 것입니다. 모든 것이 절망으로 변하는 순간, 가족과의 헤어짐이라는 가혹한 운명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고 떠나는 아내를 잡을 수 없는 저는 지독한 절망을 맛보며 죽음을 생각하였습니다.


몇 번의 자살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죽음조차 저를 버리고 갔을 때, 바로 그 때에 저는 그렇게 부인하고 싶은 그 분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너무나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음성으로 저를 부르는 그 분, 그렇게 저를 찾아온 그분은 저에게 “너의 평생에 너를 능히 당할 자 없으리니 내가 모세와 함께 있던 것 같이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니라, 내가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하리니 마음을 강하게 하라… 두려워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 (수 1:5~9) 말씀하시며 절망 속에 쓰러져 있는 저를 다시 세우셨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사랑으로.

시각장애인이 되어 신학교의 입학 허가서를 받았을 때 이 감격적인 소식을 부모님께 전해드리고자 홀로 더듬어 집을 찾아갔었습니다. 그 당시 어머니는 한 번도 대문을 잠그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언젠가는 이 아들이 돌아올 것이라 믿고 ‘이 아들이 집에 왔다가 문이 잠긴 것을 알면 문을 두드릴 용기가 없어 그냥 돌아갈 것이다.’라 여겨 돌아오면 언제라도 들어올 수 있도록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주무셨다는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부모님께선 그날 제가 찾아올 것을 이미 알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전 날 밤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아들이 내일 올 것이다.” 말씀해 주셨기 때문에 주무시지 않고 저를 기다리신 것입니다. 제가 대문에 들어설 때 아버지께서는 “어서 오너라” 반가이 맞아주시며 따뜻한 아랫목에 저를 앉게 하곤, 제가 평소에 좋아했던 삶은 계란을 주시며 제 손을 붙잡고 세 가지를 기도해 주셨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없다고 써 붙이던 아들이 하나님이 계시다고 하오니 용서하여 주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자기만을 위해 살던 이 아들이 하나님 일을 위해 살겠다고 하오니 사용하시고 역사하여 주시옵소서!, 이제 이 아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가 넓혀지고 구원의 역사가 이뤄지는 쓸모 있는 아들로 다듬어 주시고 영광 돌리는 아들 되게 하여 주옵소서, 하나님!”

저도 이제 시각장애인들의 영혼구원 사역을 시작한지 32주년이 되었습니다. 시집간 딸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듯 해가 더할수록 교회를 지으시고 저에게 교회주변에 코스모스를 뿌리게 하셨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70이 넘어서야 철이 드나봅니다.

아버지의 헌신과 기도로 하나님께서는 교회주변에 코스모스를 뿌리던 소년의 인생을 간섭하셔서 사람의 마음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자로 인도하셨습니다. 저는 37년 동안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밝은 세상에서 출세를 꿈꾸며 살았고, 그 후 그와 비슷한 시간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가운데서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을 볼 때보다, 아무 것도 보지 못하며 살아온 기간이 더 귀하고 감사한 시간들이라고 고백합니다. 그 고백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분이 아버지이십니다.

아버지! 이름만 불러보아도 저의 심장이 요동치며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아버지의 사랑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 국내 기독교 서적 가운데 최초로 100쇄 출판 기록을 세운 홍성사의 책 "낮은데로 임하소서"는 뒤늦게 시각장애우가 되어 온갖 어려움을 딛고 맹인들의 복지를 위하여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안요한 목사님의 삶을 그리고 있는 책입니다.


시골교회 가난한 목사를 아버지로 둔 안요한은 아버지의 무능과 고달픈 목회의 모습에 반발심이 생겨서 학교에서는 모범생이었음에도 가정과 교회에서는 짖굿은 아이로 자라게 됩니다.

이렇게 반항아의 모습을 보이는 아들을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는 눈물의 기도를 드리며 아들이 주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기를 간구합니다. 안요한은 한국 외국어 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미8군 카투사로 복무하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의 군사도시 몬테리의 군사 외국어 학교에 유학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됩니다.

이무렵 결혼과 함께 두딸을 얻게 되었고,이처럼 장미빛 내일이 펼쳐져있는 그에게 청천벽락같은  일이 벌어지는데 그것은 37세때 두눈의 실명을 경험하게 됩니다. 실명의 아픔과 함께 그는 가족과의 생이별을 겪게 되는데, 그로인하여 더 이상 이땅에 살아야 할 의미를 상실하고 자살을 시도하다가 실패한후 그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영적 체험을 하게 됩니다.
"내, 네가 혼자가 아님의 증거를 보이리라, 구약성경 320면이 너의 것이니라"

이제 세상에는 나홀로 존재하기에 삶의 가치를 상실한 그에게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라 약속하며 찾아오신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그는 지나가던 학생에게 구약성경 320면을 찾게하여 읽어주길 부탁 했습니다.

놀랍게도 320면은 여호수아 1장이었습니다.

"너의 평생에 너를 능히 당할자 없으리니 내가 모세와 함께 있었던것 같이 너와 함께 있을것이라 내가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하리니...너는 마음을 강하게 하며 담대히 하라. 두려워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

자신의 능력을 믿고서 자기 마음대로 살때에는 만나지 못했던 하나님을 그는 두눈이 실명되어 절망 가운데서 만나게 되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