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영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근간을 이루는 ‘이신칭의(以信稱義)’ 교리가 열병을 앓고 있습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지난달 31일 미국·서유럽의 개신교인 2명 중 1명이 “믿음에 선행이 동반돼야 구원을 받는다”고 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국민일보 9월 5일자 31면 참조). ‘오직 믿음으로’ 구원 받는다는 핵심 교리를 믿는 개신교인은 미국 46%, 서유럽은 29%에 불과했습니다.
불붙는 칭의론 논쟁
설문 결과 발표 이후 퓨리서치센터의 SNS에선 칭의론을 두고 네티즌들 간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상당수는 개신교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개신교인들이 믿음만 강조하면서 가난한 자와 병든 자를 돌보는 선행에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칭의론 논쟁은 신학계로 옮아붙는 모양새입니다. 이른바 ‘새 관점 학파’가 기존 칭의론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이 학파의 대표 주자로는 영국 성공회의 유명한 신학자 톰 라이트나 한국의 대표적 신학자인 김세윤 미국 풀러신학교 교수가 꼽힙니다. 이들은 ‘유보적 칭의론’을 주장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칭의를 얻어도 구원에 합당한 삶을 살지 못하면 최종 심판 때 구원에 탈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라이트는 “종교개혁을 받아들인 개신교회가 지난 500년 동안 칭의론을 왜곡했고 바울이 전혀 말하지 않은 내용을 가르친다”고까지 주장합니다.
칼뱅 “선행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
이신칭의는 정말 선행을 무시하고 바울의 칭의론을 왜곡한 교리일까요. 종교개혁가 장 칼뱅의 저서 ‘기독교강요’에 등장하는 이신칭의 원칙 두 가지는 이렇습니다.
먼저 인간은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만 돌려야 합니다. 구원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 인간은 아무것도 자랑할 것이 없는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도 바울이 로마서 3장 10절에서 말한 것처럼 의인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입니다. 칼뱅은 하나님이 은혜로 주신 믿음 없이는 아무도 하나님을 알 수 없고 구원에 이를 수도 없다고 강조합니다.
동시에 칼뱅은 선행도 강조합니다. 그는 선행은 구원에 이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구원 받은 자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신자는 선행을 실천하면서도 교만해지거나 자랑거리로 삼지 않아야 합니다. 오히려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깨달으며 겸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칭의는 하나님 나라 이해하는 핵심 사상”
박영돈 고신대 교수는 ‘톰 라이트 칭의론 다시 읽기’(IVP)를 통해 전통적인 이해를 옹호하면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박 교수는 “거룩함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믿음은 그 참됨이 증명되지 않은 믿음”이라며 “선행은 사람을 의롭게 하는 게 아니라 믿음이 참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또 “칭의는 개인 구원뿐 아니라 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이해하는 핵심 사상”이며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의의 열매가 개인과 교회뿐만 아니라 온 세상에 확산되기를 원하신다”고 설명합니다. 칭의론을 주로 개인 구원의 관점에서 이해해 온 기존 방식에 대안을 제시한 것입니다.
다음 달이면 루터가 종교개혁의 기치를 내건 지 500주년이 됩니다. 이신칭의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우리도 종교개혁자들처럼 두렵고 떨림으로 구원을 이뤄가고 있는가.’ 갑론을박 속에서도 크리스천들이 잊지 말아야 할 건 이런 마음이 아닐까요.
글=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삽화=이영은 기자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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