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6일 강원도 삼척시 역둔교회(김종현 목사) 헌당예배가 올려졌다. 깊은 산골 흰 교회 건축물이 유난히 아름다웠다. '우리는 하나님의 동역자들이요 너희는 하나님의 밭이요 하나님의 집이니라'는 말씀이 거한 곳이었다.
강원도 동부 동역 목사들이 여름 내내 직접 지은 이 산골교회는 앞으로 장마와 태풍, 더위와 한파에도 끄덕 없는 하나님의 성전이 될 것이다. 예배에서 누구보다 은혜에 눈물 흘린 건 김종현(43) 목사였다. 또 10여명의 교인이었다.
김 목사는 강풍 피해를 이겨내라고 기도와 후원을 아끼지 않은 교계에 몇 번이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가 이 산골교회에 부임한 것은 2005년. 앞서 그는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충청도 한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5년여를 헌신했다. 그러나 목회 은사가 있는가 하는 고민이 많았다. 그는 부임 직전 경기도 안산시 어머니집에서 목회를 잠깐 쉬었다. 그리고 택배 알바를 하며 하나님과 대면했다. 그러던 중 선배 목회자로부터 역둔교회 부임 요청을 받았다.
역둔교회는 샌드위치 패널로 지은 예배당이었다. ‘전원교회’의 이미지를 시골교회 목회의 환상으로 갖고 있던 마음이 흔들렸다. 그런데 팔순 교인과 그의 아내가 이런 대화를 나눴다.
“워낙 외진 산골이라 목회자님들은 부임하자마자 떠나기 바빠요.”
“아니에요. 권사님. 저희는 떠나는 일 없을 거예요. 끝까지 남아 함께 교회를 세울 거예요.”
김 목사는 사모 얘기에 귀를 의심했다.
“전혀 그렇게 답할 사람도, 상황도 아니었거든요. 아내를 통해 하나님이 메시지를 주시더라고요. 하나님의 말씀 분별이었죠. 바로 엎어졌습니다.”
그렇게 젊은 교역자는 뿌리를 내렸다. 1980년대 세워진 역둔교회는 지금까지 세 번의 자연재해를 당했다. 그 바람에 예배당 활용이 어려울 정도로 파손이 심했다. 그럼에도 10여명의 교인과 10여명의 주일학생은 낡고 습기 찬 예배당에서 기도를 이어갔다. 부임 몇 해 후 오래된 사택 기름보일러가 고장 나 집이 일부 불타는 곤경에도 처했다.
그럴 때마다 김 목사는 더욱 단단해져 갔다. 전도 열매를 맺으면 해당 주민이 도시로 떠나거나 교인 수 자연감소가 있을지라도 실망하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든 회중을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시골교회의 ‘성장 없는 일상’은 성공한 사역입니다. 예수를 영접한 영혼이 천국 가면 또 다른 영혼을 구원하시는 영적인 상황이 이어져요. 시골교회나 개척교회는 초라한 예배당의 문제가 아니에요. 초라한 예배가 문제인 거죠. 이번에 동역해주신 목사님들의 노동 헌신을 통해 저와 우리 교인들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을 받았어요. 제가 소명교회 공사 현장으로 즐겁게 달려간 것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한편으로 미자립교회 리모델링 사업은 사모들의 드러내지 않는 어려움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소명교회 주재선 사모는 “결혼 후 처음으로 새 싱크대를 가져봤다”며 수줍어했다. 여고생 딸이 사택 재래식 변소 사용이 싫다며 100m 떨어진 교회 화장실로 달려갈 때 마음 아프지 않은 엄마가 어디 있겠는가.
“교인과 이웃 등 주위에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과한 투정을 하는 것 같아 부끄럽죠. 감당하겠노라 서원했잖아요.”
삼척=글·사진 전정희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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