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j느 야구 투수가 국제 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승리 투수가 된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내 생애에 다시 오기 힘든 큰 경기라고 생각하니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남들이 모두 잘 때 달빛을 벗 삼아 밤새도록 던지는 연습을 했는데,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연습을 합니다. 입시와 각종 대회를 앞두고, 또는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서도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합니까.
우리는 근본적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이 난제를 풀려면 죽음을 솔직히 인정하는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주님이 오신 목적은 죽음에서 우리를 건져내어 주시기 위함입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자기를 믿은 유대인들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으로 내 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1∼32) 우리가 신앙을 갖는 핵심적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일을 연습 없이 맞이해서야 되겠습니까.
최근에 기독교교육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죽음에 대한 목회자들의 행동 반응’에 대한 연구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병원에서 사역하는 원목들이 선교사나 담임목회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격차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바로 훈련입니다.
원목들이 죽음 앞에 담대해질 수 있는 건 죽음을 자주 접하면서 감정이 무디어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원목들은 죽음이 임박한 환우들의 마음을 열어 복음을 심어주거나 재확인합니다. 그러면서 죽음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지켜봅니다. 이런 훈련을 통해 형성된 담대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죽음을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면 결코 잘 살다 가는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 마지막 과정에서의 평안이 중요합니다. 생의 마지막에 참된 평안을 누리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과거의 모든 관계들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야 하고, 죽음 이후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만이 가능합니다.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중요하지만, 후자가 더욱 중요합니다. 평안은 내세(來世)를 찬란하고 영광스런 나라로 이해하고(고후12:1∼4), 천국의 입성을 확신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자만이 누릴 수 있습니다(고후 5:1∼2, 8).
인생의 날은 저물고 있는데 돌아갈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자에게 무슨 평안이 있겠습니까. 필자는 지금까지 2400명이 넘는 호스피스 환우 분들을 떠나보내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다양한 모습을 목도했습니다. 치유불가를 선고받으면 예외 없이 충격에 휩싸입니다. 본능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기독교는 죽음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종교입니다. 여기엔 훈련이 필요합니다. 호스피스 교육이 가장 좋은 훈련입니다. 성도들이라면 꼭 권하고 싶습니다. 호스피스 환우들의 영적 돌봄을 도우며 그들이 떠나는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죽음을 맞이하는 훈련이 됩니다.
호스피스는 긍휼사역이 아닙니다. ‘죽는 게 무서워서 평생을 종노릇하는 모든 자들을 놓아 주려 하시는 주님의 사역’(히 2:15)을 계승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가장 실제적인 훈련입니다. 인생의 최대 난제인 죽음, 반드시 연습해야 합니다.
김승주 목사 (안양호스피스선교회 회장)
약력=△협성대,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합동신학대학원대 졸업 △한국호스피스협회 고문 △호스피스독립시설 '로뎀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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