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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의지하니 2016년 MVP, 득점왕 -정조국 축구선수

배남준 2016. 11. 23. 07:41

                  지금까지의 정조국은 없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고린도전서 10장 13절)

2002년은 그에게 최고의 1년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그 해, U-19 대표팀에 발탁돼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아시아예선에 나서 우리 청소년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거침없는 슈팅과 전광석화 같은 문전 쇄도, 정교한 포지셔닝으로 차범근 최순호를 이을 한국축구 차세대 스트라이커라는 찬사를 받았다. 바로 프로 축구선수 정조국(32·광주FC) 이야기다. 그 다음해에도 그는 FC서울의 전신 안양LG에 입단해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가장 촉망받는 유망주로 프로 축구선수 커리어를 화려하게 계속하리라 여겨졌다.

그러나 그의 비상(飛上)은 거기까지였다. 게을렀다. 늘 골문 근처에서 골만 넣으려 했다. 팀에 녹아들어 수비에 가담하거나 ‘궂은 일’을 맡는 데 소극적이었다. 어느덧 차세대 에이스였던 그는 팀 주전멤버 자리도 다른 선수에게 내준 채 벤치를 전전했다. 그래도 절치부심하지 못했다.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내 실력을 알아주지 않네’ 하며 감독과 코치, 다른 사람을 탓하기 일쑤였다. 


처절한 경쟁과 노력이 필요한 프로 축구선수로서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는 그에겐 독배 같은 것이었다. 축구선수로서의 정조국은 계속 추락했다. 

좌절해야 했다. 그때까지 그는 크리스천이 아니었다. 자기 삶의 중심은 늘 자신이었다. 자신을 위해 축구했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라운드 위에 섰다.  

그러던 중 독실한 신자인 배우 김성은(33)을 만나 2009년 결혼했다. 아내는 화려한 외모에 ‘잘 나가는’ 배우였지만, 진짜 꿈은 따로 있었다. 남편과 함께 교회를 다니며 신실하게 하나님을 믿는 일. 연애할 때 가끔씩 따라가던 교회를 정조국은 결혼 후엔 열심히 출석했다. 그리고 크리스천이 됐다. 

하나님을 믿기 시작했다고 상황이 금세 나아지진 않았다. 하나님은 정조국을 더 낮췄다. 작년에는 특히나 가혹했던 시기였다. FC서울에서 최악의 성적을 낸 것이다. 11경기에 출전해 10번을 교체당하거나 교체로 나갔다. 득점은 고작 1골1도움. 경찰청 입단으로 군복무를 대신한 뒤 돌아온 팀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은퇴도 고민했다고 한다.

절망의 끝에 그는 고린도전서 10장 13절 말씀을 붙들었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이를 악물고 광주로 내려갔다. K리그 승격팀인 광주FC가 불러서였다. 그는 훈련에 매진하며 “힘들 때마다 모든 건 하나님 주권 아래, 하나님 계획 안에 이루어진다”고 믿었다고 한다. “어려운 시기도 하나님 계획 안에 있으니 다 선하게 이루실 것을 믿었다. 그래서 부정적으로 좌절하기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썼다”는 것이다.

“그동안 저는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뛰었다는 걸 알게 됐죠, 아내 덕분에. 교인이 되고 나서 하나님이 우리를 만드신 창조주임을 받아들였어요. 창조의 목적은 나의 영광이 아닌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두요.”

기도하며 훈련한 그에게 하나님의 계획이 펼쳐졌다. 모든 설움을 한방에 날리며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가장 큰 자리에 올랐다. 우승팀이 아닌 선수가 2016시즌 K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베스트11과 득점왕까지 휩쓸었다.  

“10년 넘게 저를 몰아세웠던 시련의 시간은 결국 제겐 가장 좋은 약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있는 곳에서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 쓰임 받고 싶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경기장에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지난 16일 만난 정조국의 얼굴은 담담하고 맑았다. 고난을 통해 자신을 더 낮아지게 만드시고 단련시켜 주신 하나님에 대한 감사!  

행사 참석차 서울에 올라운 그의 가슴에선 ‘오직 하나님만이 나를 세상에서 축구를 가장 사랑해 운동장만 보면 축구공을 들고 뛰어나갔던 어린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주셨다’는 말이 튀어나오는 듯 했다.

글=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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