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신앙칼럼,뉴스,시,그림

하늘 가까운 교회 기도 응답이 - 승합차로 왔어요

배남준 2016. 9. 24. 07:08

   하늘 가까운 교회 기도… 응답이 승합차로 왔어요 기사의 사진

지난 18일 태백에덴교회 유승표 목사 가족이 교회 앞마당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수연 사모, 둘째 재헌군, 첫째 지헌양, 막내 태헌군, 유 목사.


강원도 태백시 방터골 2길 언덕배기에 있는 태백에덴교회는 최근 어렵사리 승합차를 구입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탄광촌 목회'를 하는 유승표(45) 목사에게 조용한 후원의 손길이 미쳤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내리고 외진 곳에 갈 때가 많은 이 지역 목회 특성상 교인들과 함께 탈 수 있는 차가 꼭 필요했어요. 최근 하나님의 은혜로 응답받았습니다. 뜻밖의 선물이라 놀랐고 감개무량합니다. 태백에덴교회에서 계속 성실하고 정직하게 사역하라는 메시지로 알고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서울 북부의 한 교회가 탄광촌 교회의 딱한 사정을 알고 후원금을 보내왔다고 유 목사가 말했다. 유 목사는 기존 LPG차량 가스가 샐 정도로 타고 다니며 전도에 힘썼다.  

지난 주일. 유 목사는 예배에 앞서 음향시설을 점검하고 있었다. 며칠 전 탁구 코이노니아를 하다 발목을 다쳐 깁스한 채였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다며 웃었다.  

유 목사는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세대통합예배’를 드려야 한다. 예배 마치고 이야기하자. 실례한다”며 설교하는 강단 쪽으로 절름거리며 걸어갔다. 



교인 한명 없는 ‘탄광촌 교회’ 부임 

유 목사는 2006년 9월 아는 목사의 소개로 이 교회에 부임했다. 칼빈대와 아세아연합신학대(ACTS)에서 공부한 그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그리고 서울과 경기도 용인 등지에서 부목사 생활을 했다.

태백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  

“태백은 해발 600∼1500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과거 탄광이 60여개나 있었지만 대부분 폐광되고 한국석탄공사가 운영하는 탄광 1개만 남았습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약 13만명이던 태백의 인구가 9월 현재 5만명이 채 안 됩니다. 탄광업에 종사하다 일자리를 잃고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곳 목회는 녹록하지 않았다. 워낙 산간마을인 데다 주민들 또한 노령층이 많아 보수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재정자립이 요원하다는 사실도 유 목사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부임 당시 교회엔 한 명의 교인도 없었다. 소속 노회에선 폐교하자는 말까지 나왔다. 또 태풍 피해로 예배당에 물이 새고 사택도 많이 망가져 있었다. 주위 도움으로 교회를 수리해 외관이 어느 정도 갖춰지자 밤낮 기도에 들어갔다. 지금은 10여명의 교인이 모인다. 도시로 치자면 ‘1명 전도가 100명’일 만큼 전도가 어렵다고 했다.

교회 주변 청소를 하고 아이들 챙기느라 정신없던 최수연(43) 사모는 “교인이 한 명도 없는 예배당에서 처음 예배를 드릴 때는 너무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하나님은 즐거움과 평안을 주셨다”고 간증했다.

또 “남편 사역에 맞춰 예배반주자로, 주일학교 교사로, 식사 준비 등으로 늘 분주했다. 사실 여러 역할을 병행한다는 것이 버거울 때가 많다. 하지만 ‘작은 교회 사모들은 모두 다 이렇게 살겠지’라고 생각하고 기쁘게 사역을 감당해 왔다”고 고백했다. 

태백에덴교회는 다른 농어촌교회와 마찬가지로 출석교인 대부분이 장·노년층이다. 이날 교인들은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함을 앞 다퉈 고백했다. 80대 교인은 아내가 치매에 걸렸지만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울먹였다. 간경화 때문에 고생하지만 이제 예수 믿고 술을 먹지 않아 곧 나을 것이라는 간증도 있었다. 일이 잘 풀려 감사의 제목이 넘치는 교인도 있었지만 “큰 복을 주지 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하다”는 조건 없는 감사도 흘러넘쳤다.

태백에덴교회는 만연한 미신과 우상숭배를 척결하기 위해 기도하고 있다. 주민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무당을 불러 굿을 하곤 한다.  

유 목사는 자신이 체험한 하나님 이야기를 들려주며 전도한다. 20대 초반부터 혈액세포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질환인 ‘재생불량성빈혈’이란 희귀병을 앓았지만 하나님을 의지하고 신학을 공부해 목회자로 다시 선 이야기다.

“대학 때 1년 가까이 입원했어요. ‘이렇게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목사가 되면 하나님이 보호하고 책임져주시겠지’라고 믿으며 기도를 드렸지요. 감사하게도 많이 회복됐습니다. 하나님께 응석을 부려 기도응답을 받은 셈이지요(웃음).” 

지금은 6개월에 한 번만 병원 검진을 받을 만큼 호전됐다. 하지만 요즘도 잠들 때면 “하나님 아버지, 오늘 밤도 모든 것을 책임져 주실 줄 믿습니다”라고 기도한다.  

유 목사는 어려운 가운데도 입양에 대한 비전을 가졌다. 버려진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딸을 낳은 뒤 아내를 설득해 두 아들을 입양했다. 내년쯤 한 아이를 더 입양할 수 있도록 기도로 준비하고 있다.



산골 마을 1명 전도, 도심교회 100명  

유 목사는 심방요청이 들어오면 거리와 사람 수를 묻지 않고 달려간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기 때문에 기쁘게 달려가는 것이다. 인근 강원랜드에서 도박에 중독돼 피폐한 삶을 살다 사망한 유가족을 위해 장례예배를 드리는 것도 사역 중 하나다.  

그는 ‘출장 목회’도 다닌다. 교회 나오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을 위함이다. 주민을 찾아가 대화하고 집주인이 허락하면 집안에서 주일예배 순서대로 예배를 드린다. 덕분에 세례를 받거나 교회를 찾는 분들이 생겼다.

“척박하고 쇠락한 산골마을에서 목회가 쉽지 않다는 거 알죠. 한데 어쩌겠습니까. 하나님께서 가라 하셨으니 온 거죠. 목회는 전망을 보고 하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 명령에 지체 없이 따르는 겁니다.”

최 사모는 동네아이들에게 인성지도를 하는 등 아이들을 위해 중보기도를 하고 있다. ‘목자와 양’의 친밀한 관계가 척박한 곳이기 때문에 이뤄지는 이곳만의 은혜다.  

부부는 교인이 직접 재배한 감자와 고구마, 고추와 대추 등을 들고 사택에 찾아올 때면 그 고단함을 한꺼번에 잊는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작지만 행복한 에덴동산 같은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기도와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태백=글·사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