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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탄 기적의 지휘자 - 정상일 교수

배남준 2016. 5. 24. 07:54

높은 산에서 더 높으신 하나님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정상일 교수 "높은 산에서, 더 높은 하나님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 휠체어를 탄 정상일 교수가 북한산 길을 오르고 있다-


척수장애인이 된 후 다시는 산에 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치기 전엔 한 주에 한 번 산을 즐겨 찾았어요. 북한산의 나무와 꽃들이 합창 하듯 저를 바라보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찹니다. 이렇게 산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1일 북한산 우이령 오봉전망대에서 만난 정상일(59·세한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는 불가능한 일로 여겼던 산행을 할 수 있어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한국트레킹연맹의 ‘장애인 트레킹 숲 체험 교육’에 참여해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트레킹을 완주했다. 한국트레킹연맹은 평소 나들이하기 어려운 척수장애인들을 위해 4년 전부터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휠체어를 탄 기적의 지휘자’로 불리는 정 교수는 러시아 국립 그네신음악원에서 지휘 연주학 박사와 음악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0여개 나라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마에스트로. 그러나 그에게 찾아온 시련은 인생의 방향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2012년 5월, 11층 건물에서 실수로 떨어지는 사고로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됐다. 살아난 게 기적이었다. 

“사고 후 절망 속에 살았어요.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이 없었어요. 퇴원 후 서울 방배동 로고스교회를 스스로 찾아갔어요.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있는 기도실에서 기도하며 마음의 평화를 찾았어요. 이후 매일 기도실을 찾았어요. ‘제2의 삶’을 주셨으니 음악을 통해 장애인들에 꿈과 희망을 주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무대에 오르는 그날을 꿈꾸며 재활훈련에 매진했다. 1년 후 기적적으로 회복해 학교로 복귀했다. 2014년 4월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CSI 퓨전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올해는 휠체어합창단을 창단하고 지난 4월 ‘장애인의 날 휠체어합창단 공연’을 했다. 휠체어합창단은 단원과 지휘자, 부지휘자 모두 휠체어 장애인이다. 공연을 준비하고 합창단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정 교수가 사재를 털어 충당했다.

사고 이전 이후 똑같이 열정적으로 사는 그는 ‘사고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냐’는 질문에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예전엔 섬김을 받고 군림했다면 이젠 섬기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죠. 예전엔 보수를 받고 공연을 하고 단원과 학생에게 지시하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공연 비용을 지원하고 단원과 학생을 섬기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요.” 

그는 40년 넘게 성가대지휘자로 봉사했지만 사고 이전엔 ‘선데이 크리스천’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에브리데이 크리스천’으로 산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실 예전과 그의 일이 달라진 것은 없는 듯하다. “기존에 해오던 강의와 지휘는 계속하고 장애인 분야의 일을 더 하게 됐지요. 휠체어를 탔다는 것만 다르지 똑같은 활동하고 있어요. 이렇게 트레킹까지 하게 되었잖아요.”  

정 교수는 북한산 트레킹 동안 간간이 동행한 부인 문미영(54·용인 현암고 음악교사)씨와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는 7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오스트리아 비장애인 오케스트라와 우리 휠체어합창단이 협연해요. 20명의 합창단을 이끌고 갈 예정입니다.” 그는 트레킹을 마치고 휠체어합창단 연습시간에 늦으면 안 된다며 분주히 일상을 향해 돌아갔다.  

                                                             2016, 5, 24     국민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