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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개 교회 개척 - 채의숭 장로

배남준 2016. 5. 10. 07:23

채의숭장로 가을비젼 축제[등대] 



채의숭(77) 장로가 양복 윗도리 안주머니에서 꺼낸 다이어리에는 쌀알보다 작은 글자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날짜별 강연 일정이 담긴 수첩이었다. 도대체 1년에 몇 번이나 강단에 서는 것일까.

“2007년부터 강연을 하고 있는데, 가장 적었던 해가 1년간 103회였어요. 제 삶을 간증하기 위해 지금까지 1000회 넘게 강단에 섰습니다. 특이한 건 한 번 갔던 지역이나 교회에서 다시 강연을 요청한 일이 빈번하다는 겁니다. 8번이나 방문해 제 인생 스토리를 전한 교회도 있어요(웃음).”

대의그룹 회장을 역임한 채 장로는 지난 2일 국민일보가 주최한 ‘제5회 국민미션어워드’에서 올해 신설된 평신도 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올해의 크리스천’ 상을 받았다. 오랫동안 평신도 신분으로 다양한 사역을 벌인 공로가 인정됐다. 

채 장로는 서른여섯 나이에 서울 화양교회 장로에 피택됐고, 국내외에서 각종 선교 활동을 벌였다. 해외선교 때 안수를 주기 위해 고희(古稀)를 넘긴 2012년에 대한예수교장로회 성경 총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장로로 불리길 원한다. 그는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나 같은 사람이 받아도 되는 상인지 모르겠다”며 겸연쩍어했다. 

“이런 인터뷰를 할 때마다 부담스러워요. 잘난 척하는 것처럼 들릴까 조심스럽거든요. 저는 그저 하나님께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자는 생각으로 선교에 임했을 뿐입니다. 언젠가 주님 앞에 섰을 때 칭찬 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것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겠어요?” 

◇지구촌 곳곳에 세운 105개 교회 

최근 채 장로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서울 성북동 주택가에 있는 대의선교센터였다. 2012년 3월 설립된 센터는 채 장로의 선교 역정을 한 곳에 정리해놓은 곳이었다. 센터 입구에 놓인 비석, 지하 1층 전시관으로 향하는 복도 벽면에는 그의 좌우명으로 알려진 문구 ‘주께 하듯 하라’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복도 끝 전시관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세계지도였다. 채 장로가 설립한 교회가 세계 어느 곳에 각각 위치해 있는지 표시돼 있었다. 지도 곳곳에는 교회들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다트가 빼곡히 꽂혀 있었다.

지도 옆 전시물에 적힌 교회들을 세어보니 105곳에 달했다. 채 장로가 세운 교회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과 북미는 물론이고 지구 반대편 남미 대륙까지 뻗어 있었다. 

99.1㎡(약 30평) 남짓한 전시관에는 지도 외에도 눈길을 잡아끄는 전시물이 많았다. 성경 십자가 그림 옷 도자기…. 채 장로가 지구촌 곳곳에 교회를 세우며 받은 기념품이었다. 한참 전시관을 둘러보는데 누군가 다가온 기척이 느껴져 돌아보니 채 장로가 서 있었다. 

“20년 넘게 설이나 추석에 쉬어본 적이 없습니다. 여름휴가도 제대로 보낸 적이 없어요. 연휴가 생기면 무작정 해외에 나가 교회 세우는 일에 매진했으니까요. ‘예수님 얘기를 꺼내면 손목이 잘리는 곳에 교회를 개척하자’는 생각으로 복음의 불모지를 찾아다녔습니다(웃음).” 

주로 험지를 돌아다닌 탓에 생사의 고비도 여러 차례 넘었다. 어떤 국가에선 복음을 전한다는 이유만으로 채 장로에게 체포 현상금까지 내걸었다고 한다. 온갖 고난에도 교회 개척을 멈출 수 없었던 건 고교 시절 하나님께 교회 100개를 세우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원래 제가 건강아 안 좋았어요. 갑상선암으로 투병도 했고, 심장이 안 좋아 수술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혈압도 높았고 당뇨도 있었어요. 과로가 겹쳐 중풍에 걸린 적도 있죠. 그런데 75세가 되니까 지병들이 다 나았어요. ‘100개 교회’를 다 채울 때가 가까워지니 하나님이 제 모든 병을 낫게 만든 겁니다. ‘아, 계속 이 일을 하라는 뜻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지난해에 교회 5개를 더 지었어요.” 

채 장로가 풀어내는 이야기보따리는 끝이 없었다. 그는 “교회를 세운 뒤 그 공간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예배드리는 모습을 볼 때면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른다”며 미소를 지었다.

“교회를 헌당할 때마다 마을잔치를 벌입니다. 아이들과 손을 잡고 찬양을 하는데, 어느 순간 둘러보면 아이들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요. 그 모습을 보다가 저 역시 감동을 받아 울고 말지요. 그럴 때마다 하나님이 이 모습을 보며 얼마나 기쁘실까 생각하곤 합니다.” 

◇어머니의 유산… 십일조와 주일성수, 그리고 순종의 삶 

충남 태안에서 태어나 보령에서 자란 채 장로는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믿음이 신실한 부모님을 두었기에 복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어린 시절 그의 어머니가 자식에게 강조한 것은 세 가지였다. 어머니는 십일조와 주일성수를 잘 이행하면서 주님께 순종하는 삶을 살 것을 당부했다.

“주님 보시기에 만족할만한 게 있을까 싶지만 세 가지를 전부 지키려고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특히 십일조를 열심히 했어요. 대학 시절에 돈이 없어 헌금을 못할 때가 많았는데, 그때 주님께 약속했습니다. 헌금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요. 실제로 소득의 30% 이상을 십일조로 내며 살아왔습니다. 아내한테도 고마워요. 저의 뜻을 잘 이해해 주었거든요.” 

채 장로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대의그룹을 경영하다가 2년 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지금은 대의미션센터를 이끌며 선교의 삶에 매진하고 있다. 그의 하루는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난다.

“매일 새벽 5시쯤 이불 속에서 기도를 드린 뒤 하루를 시작합니다. 매일 2시간씩 북악산을 타는데, 산에 올라가면 저만의 ‘기도 처소’가 있어요. 거기에서 주님께 기도를 드린 뒤 하산하지요. 언젠가 세어보니 매일 최소 11번 이상 기도를 드리더군요.” 

채 장로가 생각하는 한국교회 해외선교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그는 “많은 교회와 교단이 열심히, 훌륭하게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해외선교가 더 큰 성과를 거두려면 한국교회가 연합해야 한다. 해외 한인교회끼리 아예 ‘소통’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어떤 국가에 가면 같은 지역에 교회를 개척했는데도 교단이 다르다는 이유 등으로 교류조차 없는 한인 선교사나 목회자가 많습니다. 이런 현실을 잘 알기 때문에 외국에 교회를 세우러 나갈 때면 그 지역에서 사역하는 이들을 모두 불러 밥을 삽니다. 식사자리에서 선교사나 목회자끼리 오해했던 부분이 풀리고 갈등이 사라지는 일이 많아요. 우리는 하나가 돼서 하나님 말씀을 전해야 합니다.” 

희수(喜壽)를 맞은 고령이지만 채 장로는 인터뷰 내내 열정이 넘쳤다. 그가 즐겨 암송하는 성경 말씀은 이사야 41장 10절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기도를 끝맺을 때마다 되뇌는 구절입니다. 시편 23편 4절, 여호수와 1장 9절도 좋아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하나님을 위해 할 일이 많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주님이 언제까지 저를 쓰실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하나님을 섬길 겁니다. 지금까지 저를 이끌어주신 분이니까요.”

■ 채의숭 장로는 누구? 

채의숭 장로는 1939년 충남 태안에서 태어났다. 삼성과 대우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1989년 자동차 부품 업체인 대의그룹을 창업해 큰 성공을 거뒀다. 신앙인으로서 그는 30여개국에 105개 교회를 세우며 해외 선교 분야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2007년 발간된 간증집 '주께 하듯 하라'는 50쇄 넘게 인쇄되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2009년에는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세계평화상 시상위원회가 수여하는 세계평화상을 받았다. 일가친척 550여명이 모두 예수를 믿는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은 2007년 1월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코너에 소개되기도 했다. 
                             국민일보에서  2016.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