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늘을 넘기기 어려울 수 있겠구나 그동안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인지 그들에게서 보았던 익숙한 느낌을 찾을 수 있었다 병원에 여러 번 전화해서 몸 상태를 알렸다 이미 패혈증이 진행된 것 같으니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말도 들었다 통화 중에 열이 38도에서 39.2도까지 순식간에 치솟았다 정말 다급한 상황이었지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암 환자를 만날때마다 비상시에는 119를 부르라고 말했는데 정작 나는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잠깐 누워야 나갈 힘이 생길 것 같아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방안을 천천히 둘러 보았다 내가 다시 이곳에 돌아올 수 있을까 방 현켠에는 그 해 여름을 대비해 사둔 아직 뜯지 않은 택배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한 계절을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철저하게 믿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