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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도신경에 죽은신후 예수님 지옥에' 빠졌을까

배남준 2021. 10. 4. 11:53

 

왜 한국어 사도신경에는 지옥에 내려가셨다는 구절이 빠져있습니까?

 

 

어느 집사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 다. “영어성경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후 지옥에 내려가셨다(descended into hell)는 표현이 들어 있는데, 왜 한국어 사도신 경에는 그 구절이 빠져있습니까?” 독자들 중에 이와 비슷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을 것 으로 생각되어 이 지면을 통해 간단하게 설명 드 리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구절이 가톨릭의 연옥 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우려 가 있기 때문에 한국 선교 초기 개신교 신학자 들이 그것을 삭제해버린 것이다.

 

현재 다른 언 어권에서는 가톨릭이건 개신교이건 구분 없이 모두 그 구절이 들어간 형태의 사도신경을 사 용하고 있고, 한국 가톨릭교회에서도 사도신경 에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저 승에 가시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 게 볼 때 지옥에 내려가셨다는 구절이 빠진 형 태의 사도신경은 한국 개신교회만 사용하고 있 는 셈이 된다. 사도신경은 2세기 말 로마교회에서 기원하는 것으로써, 니케아신경과 더불어 개신교와 가톨 릭이 모두 진리로 받아들이는 대표적인 신앙고 백이다.

 

사도신경은 주로 세례식 때 세례받는 사 람이 교인들 앞에서 암송하는 문구에서부터 시 작하여 점차 확대되는 과정을 거쳤는데, “지옥에 내려가셨다”(descendit ad inferna)라는 특정 표 현은 약 6세기경에 삽입된 내용이다. 정확히 어 떤 근거로 이 구절이 삽입되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으나, 초대교회 사람들이 예수님이 부활하시 기 전 사흘 동안 지하세계에 내려가 계셨다고 믿 었던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추측된다. 초대교회 당시 유대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선한 자나 악한 자나 모두 스올(Sheol)이라는 곳으로 간다고 믿 었고, 로마인들은 모두 저승세계(Hades)로 간다 고 믿었다. 따라서 예수님이 인간이 경험하는 죽 음을 똑같이 경험하셨다면, 상식적으로 볼 때 예 수님도 당연히 모든 사람이 가는 스올이나 저승 세계로 가셔야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런 내용은 이미 신약성서에도 발견되 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베드로전서 3:194:6을 들 수 있다. “그가 또한 영으로 가서 옥에 있는 영 들에게 선포하시니라.” “이를 위하여 죽은 자들 에게도 복음이 전파되었으니 이는 육체로는 사 람으로 심판을 받으나 영으로는 하나님을 따라 살게 하려 함이다.” 이 구절은 예수님이 악한 사 람만 가는 지옥을 방문하셨다는 말이 아니라, 모 든 사람이 죽으면 가는 저승세계를 방문하셨다 는 말이다. 그러나 가톨릭교회는 이것을 연옥 혹 은 림보(limbus patrum)의 존재를 증명하는 구 절 중 하나로 여기면서, 예수님이 돌아가신 후 사흘 동안 그곳에 가서 사람들에게 설교했다고 가르친다. 즉 예수님 이전 시대에 태어나서 미 쳐 복음을 들을 기회를 얻지 못한 구약의 의인들 에게 예수님이 사흘 동안 구원의 소식을 전하고 세례를 베풀었다거나, 아니면 사탄의 영역에 몰 래 침투해 들어가서 그곳을 점령하고 그곳에 잡 혀 있는 영들을 천국으로 이끄셨다는 것이다. 반 면에 어거스틴 같은 사람은 예수님이 영으로 설 교한 것이 예수님 당시가 아니라 노아의 시대라 는 것이다.

 

즉 예수님이 이미 노아시대에 노아의입을 통해 구원의 설교를 하였지만 영적으로 옥 에 갇힌사람들이 그것을 거부함으로 모두 홍수 의 심판을 당한 사건을 이 성경구절이 의미한다 는 것이다. 한편 근대에 와서는, 에녹전서를 비 롯한 유대 묵시문학에서 창세기 6:1-4에 설명된 타락한 천사가 옥에 갇힌영들로 설명되는 것 에 근거하여, 위의 베드로전서의 구절은 예수님 이 지옥에 내려가셔서 타락한 천사들에게 영원 한 심판의 메시지를 선포하는 내용이라고 해석 하는 경향이 있다. 가톨릭교회는 위의 베드로전서의 구절을 연 옥과 관련하여 해석하고 그 내용이 지옥에 내 려가셨다는 사도신경의 구절에 그대로 담겨져 있다고 주장하지만, 개신교에서는 그것이 연옥 과는 아무 상관없이 타락한 천사들에 대한 심판 의 메시지일뿐이라고 해석한다. 아니면 예수님 은 십자가 위에서 잠깐 기절했다가 나중에 살아 나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죽으시고 모든 인간이 가야 하는 스올/저승세계로 내려가셨다는 의미 로 그것을 해석한다. 전 세계 개신교회에서는 이 구절을 그런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었기 에 그것을 사도신경에 보존하여 사용했지만, 한 국 개신교회는 그런 해석 방법을 택하는 대신 연 옥에 관련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그 구절을 사도신경에서 삭제했던 것이다.

<홍삼열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