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간증

남미 아마존 어느 선교사 사모님의 일기

배남준 2019. 7. 26. 07:42





이상하게 집안에서 숨쉬기 힘든 냄새가 나기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나갔다.
특히 부엌 쪽으로 가면 더 심하게 나서 더 열심히 소독약을 사용하여 청소를 했지만 냄새는 사라지지 않고 더 심해졌다.
집 밑에 개구리가 죽어서 썩은 냄새 같다는 한솔이의 귀띔에, 개구리의 시체를 찾아 보려고 긴 막대기를 들고 바닥에서부터 높이 여러 기둥위로 세워진 집 아래를 냄새가 나는 곳을 따라 살펴 보았다.
역시 부엌 쪽의 기둥 아래에 시커먼 짐승이 보였다.
고양이 한 마리가 뱀에 물려서 집 밑에서 피신하다가 죽어 섞는 냄새였다.
죽은 고양이는 얼마나 오랫동안 있었는지 털이 반 이상 정도 빠진 상태였고, 얼굴의 형태를 잘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가 되고, 많은 구더기가 끼어 있었다.
토할 것 같았다.


우기가 시작이 되면서 뱀이 많아 진다.
어느 날은 센터의 마르셀로 선교사님 집 옆에서 커다란 뱀을 잡았는데, 뱀의 뱃속에서 새끼가 15마리가 나온 것을 보고 놀랬었다.
그때까지 뱀이 알만 낳는 줄 알았던 나에게 뱃속의 새끼 뱀들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마존에는 여러 종류와 색깔이 다른 다양한 뱀들이 많다.
특히 우기철에는 밤에 다닐 때 조심해야 한다.

독일인 선교회에서 훈련시키는 6주간의 성경 공부에 참석 시키려고, 바나와 마을에서 두 청년 다미르와 다피를 데리고 센터로 나왔다.
처음 비행기를 타고 나와 다미르와 다피에게 보이는 세상은, 보는 것마다 신기한 것 투성이였다.
바나와 마을이 아닌 센터에서 훈련을 받으며 지내는 동안 매일 무엇이 좋은가 물어 본다.
처음 타보는 자동차가 좋다, 물이 나오는 수도가 좋다, 공항 수족관에서 본 색깔 있는 작은 물고기가 신기하다, 문이 저절로 열리는 자동문이 재미있다, 물건 파는 상점이 좋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만 내려갈 때 짜릿했다, 얼음을 넣은 시원한 물이 좋고, 텔레비전이 신기하고……
매일 자랑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 진다.
바나와 마을에 들어 가면 우리에게 말한 것보다 더 많이 자랑하고 다닐 것이다.

센터에 나와 있을 때는 다른 부족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들을 만나 각 부족의 문화를 들을 기회가 많은데, 내가 좋아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
대부분 선교사님들이 들어 가서 사역하는 부족들은 이제 거의 옷을 입고 지내며, 옷을 주면 좋아하는데, ‘모세’선교사님께서 사역하시는 S부족은 옷을 거부하여 아직도 나뭇잎과 나무껍질을 사용하여 옷으로 입고 있는다.
그래서 훈련 받으러 센터에 나와 있는 S부족 인디오들의 벗은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죤 캠벨’ 선교사님께서 계시는 J부족은 쌍둥이를 낳으면 한 명을 죽인다고 한다.
한번은 세 쌍둥이가 태아난적이 있는데, 마치 원숭이 같다고 하여 모두 죽였다고 한다.
바나와 부족에서 우리가 있을 때 쌍둥이가 태어난 적은 없었다.
다만 개가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으면 한 마리만 남기고 다 죽인다.
이유는 먹을 것이 부족한데, 어미 개가 힘이 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바나와 마을…
눈을 떠도 감아도 깜깜한 건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자다가 아침이 아닌 새벽에 잠에서 깨어 날 때면 어김없이 낮에 피곤의 두통이 찾아 오기에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쉽게 다시 잠이 들어지지 않았다.. 
머리 위에 놓았던 손전등으로 불을 밝히고 부엌 쪽으로 나와 촛불을 켰다가, 아직 자고 있는 바나와 식구들을 위해 촛불을 바로 꺼 버렸다.
여러 벌레 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바람으로 인해 흔들리는 나무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긴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어 정글의 밤은 더 길어 졌다.
오늘 하루도 나의 삶을 인도하실 주님의 뜻을 기대하며 기도한다.

고요함 속에서 옆집 싸바따웅의 다섯째 딸 ‘마나’의 기침 소리가 들린다.
여섯 살 정도 된 마나는 머리에 들어 간 세 마리의 벌레로 인해 낮에 강선교사에게 치료를 받았었다.
머리의 고름을 짜 내고 벌레를 빼 내려 했었지만, 아직 작은 벌레가 잘 나오지가 않아 벌레가 좀 더 커지도록 하루 더 기다려 보기로 했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굳이 과자로 달래지 않아도 울지 않는 마나에게 과자를 더 주었었다.
며칠 전에 파리만한 큰 벌레가 날아와 마나의 머리를 여러 군데 물며 알을 낳았다.
알이 자라면서 물린 자리가 마치 큰 사탕을 입에 넣은 뺨처럼 크게 부어 오르면서 단단해 지는데, 그 자리에 고름이 생기고 벌레가 커지면 날카로운 칼로 구멍을 내어 벌레를 빼내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바나와 마을에서 지내면서 강선교사와 나는 인디오들이 전갈에 물리거나 뱀에 물렸을 때
독을 중화 시키기 위해 응급 주사를 놔 줘야 하는 의사나 간호사가 되기도 하고, 때론 다친 개들도 치료 해야 하는 수의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아픈 곳을 처방해주는 약사도 된다.
바나와 마을에서 살면서 우리는 이때까지 한번도 보지 못한 일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드디어…  바나와 마을의 첫 찬양 집이 탄생했다..
비록 16곡의 찬양이 담긴 몇 장 되지 않는 책이지만, 강선교사와 정성스럽게 번역하고 작업해서 만든 찬양 집이어서 기쁨은 말할 수 없었다.
이젠 바나와 인디오들과 함께 예배를 드릴 때나, 우리 집으로 놀러 왔을 때나, 음식을 나누며 함께 먹을 때도 우리는 찬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만큼 기뻐하는 인디오들을 보니 더 감사했다.

 변함없는 어느 여름날이다.
바나와 마을에 명성교회의 촬영 팀이 우리에게 첫 손님으로 찾아 왔다.
전기나 수도 시설이나 상점 없이 두 명의 형제들과 함께 지내기에 쉽지 않으리라 걱정을 했었지만, 전기나 음식으로 불편해 하지는 않았고, 매일 여러 개의 양동이에 물을 길어 주어 부엌 일하기에 도움을 주었다.
아침마다 큐티로 말씀을 나누고, 같은 언어로 삶을 나누는 일이 참 새롭고 즐거웠다.
한달 동안은 그리 짧은 기간이 아니었음에도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한 형제가 팔과 다리에 벌레로부터 심하게 물려 탈진이 되어 센터에 나와 병원에 다녀와야 했지만, 다른 큰 사고 없이 지낼 수 있음에 감사했다.

바나와 마을에서 주일 저녁에 나만의 일이 있다.
항상 먹을 것을 걱정하는 인디오들에게 주일날 저녁 예배 전, 한끼라도 함께 음식을 나누고 싶어 죽을 끓인다.
수도 시설이 없는 부엌에서 80인분의 죽을 만들기에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었다.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준비해야 할 음식에 걱정도 많이 했었다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가게가 한 곳이라도 있었다면…  음식을 보관 할 수 있는 냉장고가 있었다면… 하는 바램도 많았다.
가지고 있는 음식 재료들도 그때마다 다르기에 이제까지 한번도 똑 같은 죽을 끓여 본적이 없다.
주로 우유 가루와 시리얼과 콩과 쌀을 넣어 만든다.
많은 재료가 들어 가지 않는 이름도 없는 죽이지만, 늘 맛있게 먹어 주는 고마운 인디오
들 때문에 다시 준비 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대신 사는 것 같은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내가 나인 것에 감사하다
문화가 다르고 환경이 다른 정글에서 모든 것이 낯설고 어설프고 힘들었던 날들에 불평도 많았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이웃들로부터 나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감사하게 된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이세상에서 작은 일 찌라도 땀 흘리며 기쁘게 지내는 것은 나의 큰 보람이고 자랑이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고 지금도 행복하다.

 

오늘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다리며…
심순주드림

                                      -  시온의 빛 교회 카페에서 옮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