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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93세 여의사 닥터한/봉사와 나눔 - 돋보기로 성경보며 삶의 기쁨

배남준 2018. 10. 24. 08:09



'인간극장' 한원주, 국내 최고령 의사 "90년 전 女 삶 비참, 부모님 덕에 학교 가"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인간극장'에서 93세의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남양주에서 현역 의사로 활동 중인 한원주 의사의 이야기를 담았다.22일 오전 방송된 KBS1 교양프로그램 '인간극장'은 '93세 닥터 한과 인생 병동' 1부로 꾸며졌다.

93세, 남들은 이미 세상을 떴거나 뒤로 물러나 여생을 흘려보내고 있을 나이. 하지만, 아직도 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국내 최고령의 의사가 있다. 바로 남양주에 위치한 요양병원의 닥터, 한원주(93) 선생님.

의사 생활만 70여 년, 살아온 생 대부분을 환자들과 함께한 그는 일제강점기 시절, 의사였던 아버지와 선생님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49년, 경성의학여자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물리학자였던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내과 전문의를 따고 10년간 내과의로 활동했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환자들이 줄을 설만큼 유능한 개업의로서 돈도 벌 만큼 벌었다.

하지만 남편의 뜻하지 않은 죽음을 계기로 잘 나가던 병원을 접고, 어려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한 지도 어언 40년. 그리고 지금은 죽음을 앞둔 동년배들이 있는 요양병원에서 10년째 내과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아흔이 넘어 무슨 진료냐며 불신의 의혹을 보내는 이들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 한원주 선생님은 환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의사다. 아픈 몸만큼 삶의 의욕도 줄어만 가는 고령의 환자들에게 말동무가 되어주고, 위로해주고, 공감해준다.

일평생 '나'보다 '남'을 위하는 삶을 사는 한원주 의사는 의사로서의 소명을 넘어 거룩한 봉사 정신을 잇고 있다.

가난한 화전민의 자식으로 항일운동을 했던 한원주 의사의 부모님은 경남 진주 최초로 면사포를 쓰고 결혼할만큼 개화한 사람들이었다. 각각 의사와 교사가 돼어 딸 6명을 낳았는데, 그 중 한 명이 한원주 의사였다.

일제 강점기에 집안 살림을 안 배우고 자랐다면 누가 믿을까. 이에 한원주 의사는 "큰언니가 전문학교를 갔다. 큰언니 때 전문학교 가는 것이 굉장히 드문일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원주 의사는 '인간극장' 제작진에게 "90년 전 한국의 삶이 어땠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이어 한원주 의사는 "비참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때는 여자를 노예 비슷하게 대했다"고 했다.

한원주 의사는 "딸을 낳으면 '사돈네 계집종 낳았다'고 그랬다. 시집 보내면 사돈네 종 된다는 뜻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부모님은 우리를 계집종이 되도록 안 키웠다"고 설명했다. 만석꾼 집안이라도 딸은 가르치지 않는 시절이었다. 한원주 의사를 비롯해 여섯 명의 딸들은 모두 학교를 다녔다.

이어 한원주 의사는 "동네 사람이 다 '저 집 딸 누가 데리고 갈 거냐. 남자보다 못해야 하는데 남자보다 더 잘났으니 어떤 남자가 데리고 살겠나'라고 했다"고 했다. 주변의 걱정을 샀던 한원주 의사는 우려와 달리 결혼을 했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KBS1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