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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뱅은 정말 제네바의 학살자인가? - 역사 고증으로 진실 밝혀

배남준 2018. 6. 8. 06:54
폭정의 누명 쓴 칼뱅, 역사 고증으로 진실 밝혀 기사의 사진


종교개혁자 장 칼뱅을 따라다니는 끔찍한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책이다. 그 주장은 이렇다. 16세기 제네바에서 58명이 참수, 화형 등 잔혹한 방법으로 사형에 처해졌는데 이를 명령한 사람이 칼뱅이었다는 내용이다. 특히 종교문제로 당시 화형을 당한 세르베투스 사건의 책임과 실체가 칼뱅에게 있었다고 지목 받으면서 오해는 증폭돼왔다.

책은 이러한 주장들이 얼마나 근거가 없는지를 칼뱅 시대 제네바 상황과 당시 치리회의 성격, 관련 문서와 기록을 살피면서 진실에 접근하고 있다. 우선 제네바는 제정일치의 신성 국가가 아니었다. 거의 모든 권력이 정치 세력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제네바는 의회의 결의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던 자유도시 국가였다. 따라서 일개 목회자였던 칼뱅이 권력을 갖고 있었다 한들 누구를 죽이고 투옥시킬 수 있는 권한은 없었다. 칼뱅은 오히려 조국 프랑스를 탈출한 난민이었고 제네바 입성 23년만에 시민권을 얻는다. 그것도 2등 시민권이었다.

칼뱅이 설립한 제네바 콩시스투아(치리회) 역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기관이 아니었다. 이 치리회는 제네바 신자들의 경건한 삶을 위한 것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칼뱅은 치리회에 조언하고 많은 경우 그 조언이 받아들여졌을 뿐, 치리회 등 어디에서도 공적 지위는 단 하나도 차지하지 못했다. 치리회의 최고 징계는 수찬정지였다. 신자들의 출교권은 치리회가 아닌 시의회가 소유했다. 제네바 치리회는 현대 교회의 치리회와 같은 권징 기관이었을 뿐 시민들을 강제 추방하고 투옥하며 사형에 처할 어떤 권한도 없었다.

제네바 치리회의 실체는 1996년 미국 교회사학회 회장이었던 로버트 킹던 교수의 연구로 드러났다. 당시 기록을 8권의 책으로 담아 출판되면서 칼뱅이 치리회를 사용해 철권정치를 휘둘렀다는 주장은 완전히 불식됐다. 출판사측이 명명한 이 책의 시리즈 이름은 ‘팩트 체크 시리즈’. 총 80쪽 분량에 모든 것을 담았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