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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기도로 영적 무감각 상태에서 깨어나야 - 유기성 목사

배남준 2017. 11. 28. 11:01

 

 

“한국교회, 기도로 영적 무감각 상태에서 깨어나야” 기사의 사진
유기성 선한목자교회 목사가 지난 25일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 본당에서 열린 매일합심기도자 연합기도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있다. 유 목사는 지난 2년간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길 기도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이기보다 하나님나라 시민이라는 의식이 더 강해졌다”고 했다. 선한목자교회 제공

 

 

유난히 길었던 올 추석 연휴 기간, 성남 선한목자교회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 비상 특별새벽기도회'를 열었다. 이사야 30∼32장 말씀을 붙잡고 기도회를 진행할수록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는 "우리에게 진짜 믿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믿음의 실상을 확인하자 한국교회가 진짜 기도를 회복하는 것이 얼마나 시급한 일인지 느껴졌다. 당시 설교를 묶어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님만 의지하라'(규장)를 펴낸 유 목사를 지난 23일 교회 목양실에서 만났다.

유 목사는 지난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위기감이 고조됐지만, 그런데도 기도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더욱 놀랐다고 했다. 유 목사는 “우리가 기도도 하지 않으면서 ‘괜찮을거야’라고 믿는 건 미혹에 빠져있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전쟁이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살기 너무 힘드니, 심리적으로 전쟁의 가능성을 없애버리고 통증을 느끼지 못한 채 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영적 무감각 상태를 깨뜨리기 위해 9월부터 40일 동안 ‘나라를 위한 비상 릴레이 금식기도’를 시작으로, 비상 특새까지 이어가게 됐다. 

유 목사는 “한국교회의 장점은 기도였는데, 언제부터 겉 기도만 남아있고, 진짜 기도는 죽어있는 형편에 처했다”며 “특새와 금식기도를 통해 교인들 안에서 기도가 깨어나는 것을 보면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람이 전기충격기로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기도회 과정에서 한국교회의 믿음의 실상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유 목사는 “종교인 숫자로는 기독교인이 더 많아졌다고 하지만, 신앙적인 깊이로 따져보면 비교할 수 없이 얕아져 있다”며 “하나님 믿으면 복 받는다는 믿음마저 사라지고, 안 믿자니 너무 두려워서 겨우 믿는다고 하는 수준”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크리스천의 삶을 들여다보면,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평안과 담대함, 기쁨을 갖고 사는 게 아니라 걱정과 염려, 두려움 속에서 사는 이들이 적잖다. 유 목사는 “하나님이 나라를 위해 특새를 시작하게 하셨지만, 진짜 목적은 우리를 깨워내려 하심이구나, 기도를 살려내 하나님을 정말 믿고, 성령의 인도함을 받으며 살도록 하시려는 것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그동안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복음’을 선포하고,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Walking With Jesus)’을 위해 영성일기 쓰기 운동에 힘써왔다. 이번 기도회도 그런 목회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매일합심기도를 시작하고 교회 안에 24시간 기도원을 만든 것도 같은 연유에서다. 지금 한국교회 전체에 일어나야 할 개혁은 우리 자신을 정확하게 아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기도의 회복이다. 그는 이를 위해 예수님을 우리가 떼 쓰는 기도를 들어주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가 언제든 믿고 따를 수 있는 왕 되심을 회복하는 일이 먼저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하나님이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기도를 하라고 하셨지만 그 말씀에 순종하며 살지 못했다”며 “내 기도도 못하는 형편이니 하나님 나라와 의를 위해 어떻게 기도하겠느냐”고 말했다. 유 목사는 “기도하기를 쉬는 죄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아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기도의 순서는 물론 목적과 방법도 바로잡아야 함을 강조했다. 

유 목사는 “응답을 바라보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바라보고 기도해야 한다”며 “주를 바라보며 기도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기도의 능력임을 깨닫는 믿음의 눈이 한국교회에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제해결보다 기도하는 과정에서 하나님과의 교제가 점점 깊어질 때, 비로소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 마음껏 일하시게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반도 통일을 위한 기도를 예로 들었다. 통일이라는 응답을 바라보고 기도하면 낙담하고 지켜 떨어져나가기 십상이다. 유 목사는 “통일을 위한 기도는 영적인 줄다리기와 같아서 한쪽엔 하나님의 복음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성도들이, 다른 쪽엔 우리 민족의 파멸을 원하는 마귀가 줄을 잡고 있다”며 “한 사람이라도 더 달라붙어 줄을 끌어오기 위해 기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 목사는 또 “내가 원하는 걸 기도해서 응답받는 것이 기도라고 생각하지만 복음 안에서 하나님이 주신 기도는, 하나님이 하시려는 일을 우리의 마음에 부어주셔서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라며 “그래야 기도하는 중에 지치지 않고, 하나님이 일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성남=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