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부탁이 하나 있는데 나한테 존댓말 좀 써주면 안 돼요?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사람이잖아요. 이젠 대우 받으며 살고 싶어 그래요.”
“그래 존댓말 쓸게. 한데 나도 부탁이 있어. 교회 한번만 나가주라.”
“좋아요. 하지만 한번입니다. 더 권하면 안돼요. 종교와 신앙은 자유니까….”
대화는 그렇게 마무리됐다. 개그우먼 조혜련(47·서울 수서교회 집사)씨는 남편 고모 집사와의 결혼 전 대화에서 하마터면 화를 낼 뻔했다. 평소 주위에서 “교회 가자”는 말을 숱하게 들었지만 교회를 아주 싫어했다.
“교회가 싫었어요. 나쁜 뉴스도 많고 남 욕하는 교인도 싫었고. 비행기 안에서 창밖의 빨간 십자가를 보면 ‘무덤이야? 웬 십자가가 이렇게 많아’라고 힐난하기도 했죠.”
그렇게 조씨가 방문한 교회는 작고 아늑했다. 비닐하우스에서 예배를 드렸지만 싫지 않았다. 시어머니 등 교인들도 그렇고, 영적인 따뜻함을 느꼈다. 목사님 설교 말씀이 꿀맛 같았다. 교회에 등록하라는 말도 없어 편했다.
난생처음 성경을 폈다. 출애굽기가 나왔다. ‘뭘 굽는 거지?’ 에베소서 ‘여기서 마리아가 애를 뱄나?’ 갈라디아서 ‘갈라선다는 얘기인가?’ 욥기 ‘엽기?’
그는 “처음엔 성경을 펴놓고 개그 소재를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후 남편과 함께 영접기도를 드리며 눈물을 흘렸다. 결국 세례 받고 집사임명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이젠 주일예배 참석과 성경 읽기, 찬송과 기도를 열심히 안 하면 오히려 이상하다”고 간증했다. 세상 짐을 모두 내려놓은 것 같다고 했다. 또 “예수 믿기 전엔 인기가 떨어지면 좌불안석이었는데 지금은 자유롭다. 하나님께 기도 가운데 시시콜콜 여쭤본다”고 고백했다.
그는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40여년 다른 종교(일본 불교)를 갖고 살면서 마음의 안식을 찾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인간 스스로 도를 닦아 구원을 얻는다는 교리가 늘 허전했다고 한다.
“기독교 신앙은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예수님을 믿으면 되니 말입니다. 정말 마음이 평안합니다. 욕심 많던 제 눈빛이 예수님 영접하고 온순해졌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울 엄마’라는 TV 코미디프로그램의 한 코너에선 아들 서경석을 둔 가난한 미혼모로 나와 큰 사랑을 받았다. ‘여걸 파이브’ ‘여걸 식스’로 활약했다. ‘골룸’ 분장을 했고 괴기스러운 표정연기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골룸 첫 촬영을 하고 화장실에서 너무 창피해 울었어요. 나도 여자인데 예쁜 역할을 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이게 제 대표작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웃음).”
그는 이후 열심히 운동해 근육질 몸매가 됐다. 태권도와 권투 에어로빅 등을 종합한 태보와 다이어트 비디오를 냈다. 팝송을 엉터리 발음으로 녹음한 ‘아나까나’라는 곡을 내기도 했다.
그는 일본에 진출한 한국 개그우먼 1호다. 열심히 일본어를 공부해 통역사 수준이 됐다. 중국어도 가르친다. 중국어 강사인 동생의 도움을 받아 1년여 만에 중국어능력시험(HSK) 5급을 취득했다. 외국어 학습서와 자기계발서 등 총 5권의 저서를 펴냈다.
올해는 뮤지컬에 도전 중이다. 그가 출연한 뮤지컬 ‘넌센스 2’는 다섯 수녀와 신부의 좌충우돌 유쾌한 스토리를 담아낸 작품으로, 극 중 조혜련은 넘치는 끼를 발산하는 수녀 로버트 앤역을 맡았다. 전국 순회공연을 한 뒤 오는 7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 10월엔 한양대 신문방송학 박사과정에 도전할 예정이다.
그의 집안은 한때 가난했다. 공장에 취직해 일을 하다 개그우먼의 꿈을 키웠다. “공장에서 과자박스 접는 일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온종일 힘들게 일하고도 TV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활짝 웃는 여공들을 보면서 결심했습니다. 남을 즐겁게 하는 개그맨이 되겠다고요.”
조혜련은 이제 하나님께 영광 돌릴 일만 생각한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명에 따라 사는 게 행복이라고 했다. 그의 기도제목은 교만하지 않게, 힘든 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기분 좋아지는 연예인이 되는 삶이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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