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교회에서 남용되고 오용되는 은혜라는 개념을 바로 잡고, 이를 평신도의 언어로 풀어 썼다. 초보 신자도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유머러스하고 친절하게 쓰여졌다. 카일 아이들먼 목사는 부부싸움을 하다가 벽에 구멍을 낸 자신의 이야기나 목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체험담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출판사의 소개가 딱 들어맞다.
은혜라고 하면 흔히 물질의 축복이나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상황을 떠올린다. 고상하고 우아한 미소로 사람을 평안하게 해주는 모습을 보면 은혜롭다고 한다. 이런 이미지는 은혜의 본질이 아니다.
은혜는 탄식과 눈물이다. 우리가 죄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하나님 앞에 눈물로 자백하는 일이다. 은혜는 해방과 기쁨이다. 내가 경험한 용서와 구원을 이웃에게 전하는 일이 은혜다.
당연한 것 같지만 너무나 어렵다. 요즘엔 누구나 땅 아래까지 위신이 떨어진 한국교회를 비판할 수 있다. 심지어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무릎을 꿇고 내가 죄인이라고 고백할 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왜 변하지 않는가. 내가 죄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건 똑똑하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구슬픈 감정을 자아낸다고 이뤄지는 일도 아니다. 하나님이 찾아오셔서 내 마음을 건드리고 내 영혼을 만지실 때만 가능하다. 오로지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은혜다.
하나님은 언제든 은혜를 주실 준비가 돼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은혜를 구하는 가난한 마음이다. 죄악 후회 상처와 원망이 너무 커서 머뭇거리는 이들에게 아이들먼 목사는 큰 부등호(<)를 보여준다. 부등호의 한쪽에는 분노 실망 연약 절망이 놓였고, 반대쪽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놓였다. 부등호는 은혜를 향해 열려있다. 세상 어떤 절망보다 은혜가 더 크다.
아이들먼 목사가 섹스중독자 집회에 간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한 사람이 나와 자신의 경험을 고백할 때마다 몇몇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왜 손을 드는거죠.” “우리에겐 한 가지 규칙이 있어요. 혼자서 싸우지 말라는 것이죠. 그래서 다른 사람이 고백하는 문제와 동일한 문제로 씨름한 적이 있다면 손을 드는 거에요.”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손가락질이 아니라 손을 드는 것이다. 아이들먼 목사는 낙심하지 말고 하나님께 나오라고 독자를 격려한다. 하나님의 더 큰 은혜를 믿으며 공동체에 우리의 잘못을 고백하자고 북돋는다.
“너희는 모든 악독과 노함과 분냄과 떠드는 것과 비방하는 것을 모든 악의와 함께 버리고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엡 4장:31∼32)
나의 잘못을 고백하면 정죄하지 않고 받아주는 공동체, 용서를 구할 때 기꺼이 품어줄 수 있는 교회. 그런 믿음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일이 어쩌면 지금 한국교회에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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