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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병상뒤에는 사랑과 기도 / 세브란스 의료진

배남준 2017. 4. 4. 16:17

  기적의 병상 뒤에는 의료진들의 사랑과 기도 있었다 기사의 사진       

한 의료진이 환자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 연세대학교의료원 제공


             눈물로 기도하니 굽혀졌던 허리가 펴져

       

“나는 정말 막막했다. 시신이 영안실로 옮겨졌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 아버지를 만나면 얼굴을 쳐다보지 못할 것 같아 차마 영안실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용기를 내 영안실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가 세례를 받았다는 것이다. 사랑하던 아들은 죽었지만, 친절하게 대해주던 의료진과 캄보디아 선교팀에 대한 고마운 마음으로 세례를 받았다고 했다.” 

‘별을 던지는 세브란스-세브란스 의료진의 사랑이야기’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책은 연세대학교의료원 원목실이 세브란스 의료진의 신앙수기를 담아 펴낸 책이다. 30명의 의료진과 원목실 직원들이 현장에서 경험한 이야기와 신앙고백이 담겨있다. 

정종훈 원목실장은 “책에는 올해 132주년을 맞는 세브란스병원(1885년 제중원으로 시작)이 지켜온 기독교정신이 깃들어 있다”면서 “하나님께서 우리 의료진을 어떻게 부르시고 사용하시는지, 의료진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어떻게 응답하는지와 공동체의 신앙고백을 솔직하게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근우 치과대 교수는 안식년을 캄보디아 선교지에서 보냈다. 매일 진료를 통해 환자를 만나고, 병원이 없는 무의촌 지역에서 이동진료를 하는 동안 캄보디아에 떨어진 땀과 눈물의 씨앗이 아름다운 결실을 보게 되길 간절히 소망했다.  

“사실 나는 오랜만의 안식년을 맞아 좀 더 나은 교육과 연구를 위해 독일 뮌헨 치과대학으로 가기로 하고, 이미 초청장까지 받아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캄보디아의 헤브론 선교병원에서 치과의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게 됐다. 나를 위해선 독일에서 쉬기도 하고 배우는 기회를 가지는 게 좋겠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다른 뜻이 있으신 것 같아 캄보디아로 가기로 결정했다.”(이근우 ‘캄보디아에서의 안식’중에서)

김동수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평소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 즉 나으리라”(막16:18)는 말씀을 품고, 진료할 때 환자나 보호자에게는 들리지 않게 기도한다. 그는 몇 해 전 캄보디아 씨엠립 호산나교회 예배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전했다.  

“일곱 살 정도 남자아이가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며 거의 기다시피 어머니와 함께 내게 왔다. 두 달 전 나무에서 떨어져 다쳤는데 등이 굽어져 펼 수 없었다. 아이가 너무 불쌍했다. 아이의 등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주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분이십니다. 이 순간에도 아이를 고쳐주시옵소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직각에 가깝도록 구부러진 척추가 점점 펴졌다. 목사님에게 치유기도를 요청해 현장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아이를 위해 기도했으며 아이는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있었다.”(김동수 ‘일어나 걸어라’중에서)

정현철 종양내과 교수는 로렌 아이슬리의 ‘불가사리를 던지는 사람’ 내용을 인용해 기독의료인의 사명을 서술했다. “소년이 던지는 것은 바닷가에 널려있는 썰물이 남기고 간, 별 모양의 불가사리였다. 의료진은 불가사리를 살리기 위해 바다로 던져주는 사람이 아니고 불가사리들이 해변으로 밀려오지 않도록 일시적인 버팀목이 돼주는 동료 불가사리라는 것이다. 힘이 부쳐서 해변으로 밀려오게 되면 예수님이 깊은 바다로 던져주셔야 살 수가 있다.” (정현철 ‘별을 던지는 세브란스’ 중에서)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