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나라, 46개 도시. 청년은 그저 ‘구름이 이끄는 곳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8개월로 예정했던 여행이 2년 8개월로 늘어났다.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지난 14일 만난 이명규(33) 전도사는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난 여정이었다”고 소개했다.
총신대 신학대학원에 다니다 학사장교로 임관해 군복무를 마칠 즈음 그의 머릿속에 몇 가지 지도가 그려지고 있었다. 제대 후 신대원에 복학하기까지 남은 8개월에 대한 것이었다.
“전도사 사역, 선교지 체험, 세계여행 등을 두고 고민하던 참이었어요. 어느 날 기도를 하다가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지도를 제 마음에 그려주고 계신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죠.”
결론은 ‘세상엔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언어에 능통하지 않은 내가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직접 만나 기도해주는 것이다. 떠나자’는 것이었다.
2010년 11월 23일 닻을 올린 기도여행은 중국 네팔 인도 두바이 이집트 이스라엘 등을 거쳐 아프리카 우간다까지 이어졌다. 여행의 고수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정이었다. 몇 번째로 떠난 해외여행이었냐고 물었더니 “태어나서 처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반전이었다. 그는 “그래서 더 겁 없이 도전할 수 있었고 동시에 간절히 기도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수학여행도 사치로 여길 만큼 가난했던 그의 성장기를 듣고서야 이해가 됐다.
개척교회 목회자의 아들이었던 그는 생일도 챙길 형편이 안 돼 초중고 졸업식 때나 자장면을 먹을 수 있었다. 수학여행, 대학 MT 등 학교행사가 있을 때면 ‘할아버지가 위독하셔서 병상을 지켜야 한다’는 레퍼토리를 변명처럼 늘어놔야 했다.
“스무살 때 5000원으로 한 달을 살면서 1000원을 헌금하는데 하나님께 더 많이 드리지 못하는 속상함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하지만 그때 물질의 크고 작음보다 내가 가진 귀한 것을 드릴 때 하나님께서 더 기뻐하신다는 것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이 전도사는 학사장교로 복무하는 3년 동안 1000만원을 헌금했다. 그리고 저축한 2000만원으로 기도여행에 올랐다. 겁 없는 도전은 세계 곳곳을 기도로 채워갔다.
티베트로 가는 열차에서 저마다의 신을 향해 기도문을 외우던 사람들, 인도 잠무에서 열심히 무함마드를 소개하던 게스트하우스 주인, 우간다 딩기디 마을의 아이들…. 때론 손을 붙잡고, 때론 어깨동무를 한 채 ‘지금은 짧은 기도밖에 할 수 없지만 다음 사람을 통해선 이들의 언어로 복음이 전해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물론 한국말이었다.
이 전도사는 “자신들의 언어가 아니었지만 기도를 들은 사람들 모두가 따뜻함을 느꼈다며 고마워했다”고 회상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어디서 누구를 만날지 모르지만 그 사람, 그 지역을 위해 전심으로 기도하게 해 주세요’란 기도를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겼다.
“인적이 드문 곳, 예수님을 전혀 알지 못할 것 같은 곳으로만 발걸음을 옮겼죠. 되돌아보면 ‘너무 무모했나’ 싶을 정도예요. 그런데 그곳에서 오랫동안 절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먹고 자며 기도했어요. 하나님의 이끄심이었습니다. 다른 것으론 설명이 안 돼요.”
2013년 7월 31일. 2년 8개월간의 기도여행은 마침표를 찍었다. 신대원에 복학한 그는 3년여 동안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김은호 목사)에서 초등부를 맡았다. 아이들과 함께 두 차례 국내 기독교순례지 여행을 다녀오며 자신이 기도여행에서 느꼈던 것들을 공유했다. 최근엔 2년 8개월간의 여정을 기록한 책 ‘구름이 이끄는 곳으로’(마음지기)를 출간했다.
이 전도사는 “이제 다시 시작할 때”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신대원 동기가 사역하던 일본의 한 작은 도시에 다녀왔던 게 계기였다. 교회가 한곳도 없는 마을들을 여행하며 복음을 전할 계획이다. 한국말 기도에 그치지 않기 위해 이번엔 일본어란 복음의 무기도 갈고 닦았다.
“7월부턴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날 예정입니다. 역시 하나님께서 가라 하시는 곳으로 가야죠. 만약 다음에 책을 쓰게 된다면 ‘자전거를 타고 구름이 이끄는 곳으로’가 되겠네요.(웃음)”
글=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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