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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시 당선작-최우수상 전아름] 아버지의 장갑-제9회신춘문예 국민일보, 한문예총

배남준 2017. 3. 15. 09:52


[신앙시 당선작-최우수상 전아름] 아버지의 장갑 기사의 사진

- 시인 전아름-

       

신학기 노트를 살 때마다 
 
아버지의 손 때 묻은 장갑 냄새가 난다. 
 
새벽 여물을 주러가는  

아버지의 발걸음.  

그 몰래 따라 들어온 서늘한 냄새, 

잠결에 이마를 때렸지만 

언제나 나보다 먼저 부스럭거리는  

저 어린 것들이 있어 분주하게 아침을 쫓고있었다. 

서투른 대학 생활만큼 

봉투는 얇았고 교재는 두꺼웠고 걸음은 무거웠다. 

그러나 저녁 우리 집엔  

여물지 않은 생명들이 땅바닥을 비비고 있고 

닭똥마저 귀한 양식처럼 든든하게 쌓여있으리라. 



가난한 바람 벽 그 무거운 짐 진 우리 아버지 

굽은 고목과 같은 그 나이테 보듬어주시는 하늘 아버지 

해진 장갑 사이 씻어도 지울 수 없는 

축축한 그 냄새 한 올갱이,  

멀리 너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수화기 느린 목소리가  

서울 학교 가는 길목마다 살짝 걸쳐져 있어 

지하 자췻방 눅눅함마저 서늘하게 감싸버렸다. 



젊음만큼 어두운 새벽 

그 분주함을 가르는 어린 공기들은 

귀에 익은 말씀처럼 내 방문을 두드렸고 

시골집 감나무에는 감이 떨어졌다. 

소 여물 흥얼거리는 아버지의 찬송 소리가 

도서관 가는 길, 

작은 별처럼 피어나 내 앞을 비추고 있었다.  

■수상소감 “말씀으로 삶의 위로받으며…” 

화려하지 않아도 매일 하루의 바람을 견디고, 햇볕을 온전히 감당하며, 새벽마다 이슬을 상쾌하게 머금고 있는 길가에 핀 백합화를 보면서 나를 보는 듯했다. 히브리서 11장 1절 말씀을 암송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공부했다. 힘들 때 기도하고 기쁠 때는 찬송을 불렀다. 말씀은 고단한 청년의 삶에 위로가 됐다. 매일 기도해주시는 한철동 목사님과 새벽기도를 하시는 부모님, 시 세계로 인도해준 정현우 시인에게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