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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시 당선작-대상 류인채] 돋보기-제9회신춘문예 국민일보, 한문예총주최

배남준 2017. 3. 15. 09:39

[신앙시 당선작-대상 류인채] 돋보기

제9회 신춘문예 신앙시 대상 류인채의 ‘돋보기’ 기사의 사진-류인채 시인 (부천광림교회 권사)


[신앙시 당선작-최우수상 류인채] 돋보기 기사의 사진 


배가 볼록한 돋보기 

아버지는 이 확대경으로  

빛을 모으셨다 




검은 동그라미로 본  

그 밝은 약속을  

한 획 한 획 정성 들여 공책에 적어 

자식들에게 주셨다 



이 작은 돋보기 하나로 

홍해를 건너고  

가나안까지 거뜬히 넘어가셨다 

우리가 잠들었을 때도  

여리고성을 몇 바퀴나 도셨다 



어둠 속에서 고요히 빛을 만나고  

병상(病狀)을 들고 걷기 위해  

쉬지 않던 아버지, 

치매도 살라 버리셨다 



가끔 흰 융으로 유리를 닦으며  

가슴에 자리 잡은 우상도  

하나씩 깨트리셨다 



내게 그 밝은 눈을 물려주신 아버지, 



볼록한 중심으로 빛을 모아 

아버지가 가신 하늘을 펼쳐 본다 



미처 가보지 못한 구석구석까지 환하다 



■수상소감 "주님 나라 위해 나를 드립니다" 

‘돋보기’는 새벽기도 때 불현듯 떠오른 영감을 표현한 시다. 응모하고 금식기도 하는 중에 출애굽기를 묵상했다. 모세의 탄생과 구원 이야기가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보여주듯 아버지의 고난 뒤에도 개인의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있었다. 

모세가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고 예배자가 되자 하나님나라를 세우는 일에 사용됐던 것처럼, 주님 나라를 위해 이제 나를 드리고자 한다. 하나님이 주시는 새로운 영감으로 환상을 보며 하나님의 일이 사명이 되도록 받은 달란트를 사용하려고 한다. 믿음의 ‘돋보기’를 물려주신 아버지, 딸의 시를 읽고 감동해 목이 메는 어머니, 아내의 성장을 돕는 남편과 사랑하는 자녀들, 부천광림교회 이한배 목사님과 성도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류인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