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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100주년 추모예배 / 日 모교 예배당에서 한국어 찬송

배남준 2017. 2. 21. 12:15

윤동주 탄생 100주년 추모예배, 日 모교 예배당에 울린 한국어 찬송 기사의 사진

한·일 여중생들이 지난 19일 일본 도쿄 릿쿄대 채플에서 열린 윤동주 탄생 100주년 추모 행사에서 시를 낭독하고 있다. 왼편에 연희전문학교 졸업식 때 학사모를 쓰고 찍은 윤동주의 사진이 보인다. 유시경 대한성공회 교무원장 제공



“죄짐 맡은 우리 구주 어찌 좋은 친군지 걱정근심 무거운 짐 우리 주께 맡기세….”

10대 학생들부터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참석자들은 크리스천 시인 윤동주(1917∼1945)가 즐겨 불렀던 찬송 ‘죄짐 맡은 우리구주’(찬송가 369장)를 한국어로 함께 불렀다. 75년 전 일본 도쿄 릿쿄대에 유학 온 윤동주가 찾곤 했던 바로 그 예배당에서 한국어로 울려 퍼지는 찬송은 참석자들에게 특별한 감회로 다가왔다.

19일 오후 릿쿄대 채플.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추모 행사에 참석한 400명 가까운 한·일 성도와 시민들은 ‘윤동주’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됐다.  


추모예배에서는 재미동포 청년 밴드 ‘눈오는 지도’가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에 곡조를 넣은 특송을 했다. 시와 음악으로 윤동주의 생애를 엮은 2부 공연에서는 재일교포 피아니스트 최선애씨와 일본인 첼리스트 와카사 아오토씨가 협연하는 가운데 일본 배우 니노미야씨와 릿쿄대 교목 김대원(대한성공회) 신부, 참석자들이 함께 한국어로 윤동주의 ‘서시’를 낭독했다.  

유시경(대한성공회 교무원장) 신부가 일본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페이스북에 올린 예배와 공연 동영상에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거나 눈을 감은 채 감상에 젖은 참석자들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추모 행사에는 반세기 넘게 한국 문학을 연구한 오무라 마스오(84) 와세다대 명예교수도 자리를 지켰다. 그는 1985년 5월 중국 지린(吉林)성 룽징(龍井)의 교회 묘지에서 윤동주가 세상을 떠난 지 40년 만에 그의 묘소를 찾아낸 주인공이다.  

이날 행사는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회’가 주최했다. 제국주의 국가권력으로부터 핍박당하다 타국에서 옥사한 식민지 출신의 시인을 기리는 모임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10년 전 릿쿄대 교목이었던 유 신부가 여류 시인 야나기하라 야스코(71)로부터 받은 한 통의 편지가 계기가 됐다. 유 신부는 윤동주 연구만 20년 넘게 이어가던 야나기하라씨의 정성과 함께 한·일 문화 예술인, 시민들의 뜻을 한데 모았다. 이어 윤동주의 고귀한 삶과 시를 기리며 한·일 양국이 평화로운 미래를 열어나가자는 여망을 담아 이 모임을 만들었다.  

이날 설교를 맡은 유 신부는 특별한 제안도 곁들였다. “평화로운 시대였다면 윤동주는 이곳에서 졸업 예배에 참석했을 겁니다. 하지만 첫 유학지인 릿쿄대에서도, 두 번째였던 도시샤대에서도 그는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그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하면 어떻겠습니까.”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