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미자립교회 방문 약속지켜

이명박 전 대통령(가운데)이 19일 비닐하우스교회인 경기도 김포시 연결고리패밀리처치에서 예배를 마친 뒤 성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포=강민석 선임기자

19일 오전 11시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연결고리패밀리처치(김명군 목사) 주일예배에 남색정장을 입고 성경책을 든 노신사가 나타났습니다. 노신사는 2008년 2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대한민국의 ‘국정책임자’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서울 소망교회 장로입니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예배를 마친 뒤 그가 단상에 올랐을 때 궁금증을 풀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 재임 때 교계 원로이신 김장환 목사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김 목사님이 퇴임한 뒤 농·어촌 미자립 교회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같이 가자고 제안하더군요. 선뜻 그러겠다고 했는데 그동안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 외엔 잘 가지 않았죠. 오늘 처음 김 목사님과 왔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200여명의 성도들 앞에서 “교회장로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신경을 쓰면서 살아왔다”고 간증했습니다. 크리스천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서울시장 시절, 대통령 재직 중 교회 장로라서 불편한 게 많았습니다. 장로가 어떻게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라는 말을 들을까봐요. 장로들이 별로 존경받지 못합니다. 사회에서 말썽 일으키는 사람을 보면 장로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런 삶을 살까 걱정했죠. 말썽을 일으키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러 나라의 정상을 만났지만 모두 종교가 달랐고 교회 장로는 저 혼자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크리스천답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행동을 조심하고 모든 일에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것입니다. “존경받는 사람이 예수 믿으라고 전도해야 합니다. 만약 나쁜 짓 하는 사람이 전도하면 세상 사람들은 ‘너나 잘하라’고 비웃을 것입니다.” 

그는 “교인 여러분, 큰 교회가 되시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하나님과 인간을 연결하는 연결고리, 하나님 사랑을 듬뿍 받는 교회와 성도되시길 기원한다”며 격려사를 끝맺었습니다.  

전직 대통령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퇴임 후 존경받는 대통령은 많지 않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교회 장로로서 모범을 보이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간증대로 이번 행사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길 바랍니다. 퇴임 후 4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키지 못했던 약속이 연결고리패밀리처치 방문 단 한번으로 다 완수된 건 아니겠죠.

                                                                                 김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