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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16 인도 배정희 선교사 - 성령님이 지켜주셨던 큰 돈

배남준 2016. 12. 17. 16:00

[역경의 열매] 배정희 <16> 성령님 아니었으면 도둑 맞을 뻔했던 큰 돈 기사의 사진

2016년 2월 27일, ‘비전 캠프’ 후 제자들과 함께 기념촬영 한 배정희 선교사(둘째 줄 왼쪽에서 세 번째).


2006년 선교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제자훈련학교 호스텔 건물을 사게 된 사연도 잊을 수 없다. 미국에서 평신도 선교사로 활동하시는 박찬길 장로님이 인도를 방문하셨다. 난 장로님을 알고 있었지만 그때까진 그다지 친한 관계가 아니었다. 박 장로님은 미국으로 돌아가시면서 내게 8000달러를 맡기셨다. “박 장로님, 저를 어떻게 믿고 그 돈을 맡기세요.” “나도 사람 볼 줄 압니다. 배 선교사님은 그냥 믿음이 갑니다. 일단 맡아 두세요.”

난 박 장로님께 보관증을 써 드렸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인도에서 오랫동안 사역하다 추방된 A 선교사님이 잠시 인도를 방문했다. 선교사님은 인도의 제자에게 차를 사 주려 환전했는데 돈이 턱없이 부족해 살 수 없었다. 선교사님은 그 돈을 내게 맡겼다. 별안간 박 장로님의 돈과 A 선교사님의 돈을 맡게 되었다.

그 후 어느 날 성령께서 말씀하셨다. “제자훈련을 위해 호스텔 건물을 사라.” “하나님, 저에겐 돈이 없어요. 어떻게 건물을 사나요.” “너 지금 돈이 있잖니.” “무슨 돈이요.” “박 장로와 A 선교사 돈이 있잖아.” “잘 아시잖아요. 그 돈은 제 돈이 아니란 걸요.” “내 일을 하는데 네 돈, 내 돈이 어디 있니. 아무튼 그 돈으로 건물을 사라.”


순종하는 마음으로 두 분에게 메일을 보내 맡긴 돈을 잠시 써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두 분은 흔쾌히 동의했다. 난 그 돈으로 청년들이 거주할 15평정도 되는 허름한 건물을 샀다. 급하게 등기까지 마무리 하고 선교대회 참석차 한국에 왔다. 그런데 인도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머물던 건물에 도둑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윗집, 아랫집이 모두 도둑을 맞았다. 우리 집에도 도둑이 들어왔다. 사실 우리 집엔 도둑이 가져갈 것이 없었다. 순간 돈 생각이 났다. ‘아, 그 돈! 만일 그 돈을 그대로 두고 왔었다면 어쩔 뻔했을까.’ 성령께서 강권적으로 그 돈으로 건물을 사라고 하시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우리를 인도하고 보호하신다. 그래서 이유를 알 수 없더라도 성령의 음성엔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 난 시간이 지나 박 장로님과 A 선교사님께 빌린 돈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건물도 사고, 돈도 그대로 남게 된 것이다.

그 돈을 갚는 데도 하나님이 개입하신 스토리가 있다. 선교대회를 마치고 받은 건강검진에서 자궁에 혹이 발견됐다. 약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해 부득불 수술을 받았다. 다른 선교사님들은 모두 사역지로 떠났지만 난 수술하고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한국에 좀 더 머물러 있었다. 그때 서아세아선교회 사무실에서 양천대교구를 섬기시는 최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교대회에 오신 선교사님 가운데 인도 선교사님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인도선교사로선 나만 남아 있었다. 최 목사님을 만났다. “우리 교구에 육순남 지역장님이란 분이 계십니다. 그분이 새벽에 기도하는데 성령께서 ‘인도에 내 장막을 세우는 데 필요한 재정을 헌금하라’고 지시하셨답니다. 우리 교구에 지정헌금을 하셔서 오늘 가져왔습니다.” 최 목사님은 내게 그 헌금을 주셨다. 그 돈으로 박 장로님과A 선교사님에게 빌린 돈을 갚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섭리였다. 인도 땅에 당신의 장막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을 통로로 사용하신 것이다. 생각해보니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스토리를 완성하기 위해 캐스팅된 사람이었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