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내가 인도를 더 깊이 이해하길 원하셨다. 난 슬럼가에도 자주 갔다. 거기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인도의 국가·사회적 문제점들도 점점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서도 언어 공부를 비롯해 인도를 더 잘 알기 위해 노력했다. 인도의 전통 문화와 종교, 사회적인 배경들을 잘 알아야 효과적으로 그리스도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가운데 학문적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가라는 성령님의 강권하심이 있었다.
결국 1996년 7월 사회학 석사 과정으로 네루대학교에 들어갔다. 인도의 첫 총리였던 네루의 이름을 딴 네루대는 세계적인 석학들과 인도 지도자들이 배출된 학교다. 네루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게 됐는데, 영어로 진행되는 학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사역을 하면서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너무 힘들어 ‘주님은 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시지’라고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혜가 생기고 경험도 늘어 양쪽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병행할 수 있게 됐다.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이어갔다.
2001년, 박사과정(Ph.D) 담당 지도교수였던 간디 교수를 찾아 갔다. 내가 다루고 싶었던 주제는 ‘거리의 아이들(Street Children)’이었다. 간디 교수는 거리의 여자 아이들과 관련된 델리의 국내·국제 NGO 기관을 방문할 것을 권하셨다. NGO 관계자들을 만나 자료를 모으면서 여자 아이들에 관한 인터뷰를 시작했다.
내가 만난 102명의 인도 소녀들은 각각 NGO 기관에서 기거하고 있는 8∼15세 미만의 어린 소녀들이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인도 저변에 깔려 있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직면했다. 이 아이들을 만나면서 인도 사회의 문제의 단면을 알게 되었고, 더 구체적으로 기도할 수가 있었다.
14세 소녀 모누의 두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알코올 중독 아버지의 폭행을 피해 동생들과 거리를 배회하던 모누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통곡했다. 학교를 다니고 싶은 꿈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형부의 동생과 선생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모누는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 끝내 목숨을 끊었다. 모누뿐 아니라 비슷한 아픈 인생을 사는 인도의 어린 소녀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인도 뉴델리 인근에 있는 하리야나에서 여아들은 5000루피(10만원)에 매매되는데 송아지는 2만 루피(40만원)에 팔린다는 기사를 인도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여성의 지위가 가축보다 못한 것이 인도의 현실이다. 낮은 계급의 가정에선 여자 아이를 짐처럼 생각한다. 인도 사람들에게는 ‘다우리(Dowry)’라 불리는 결혼 지참금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1980년에서 2010년 사이 인도에선 약 1200만 명의 여아 낙태가 자행됐다. 또 15세 미만의 어린 소녀들이 조혼으로 여성의 정체성을 알지도 못한 채 살아간다.
인도는 평균 20분마다 성폭력이 일어나는 나라다. 인도에선 여자 아이들이 가족이나 친족, 혹은 길거리의 모르는 사람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땅을 덮고 있는 사탄의 그림자가 있다. 인도의 거대한 사회악이 일소되기 위해선 복음이 제대로 들어가야 한다. 복음은 모든 죽은 것들, 죽어가는 것들을 살린다. 제2, 제3의 모누가 나오지 않기 위해 더욱 힘써 복음을 전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정리=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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