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거리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연탄365’ 멤버들의 모습. 왼쪽부터 최금비, 우혜원, 주영광, 조셉 붓소, 고정민씨. 아래 왼쪽 사진은 조셉이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찬양하는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연탄365가 지난 10일 이태원에서 거리공연을 하는 모습. 강민석 선임기자, 연탄365 제공
이태원 밤거리를 지나던 젊은이들의 발길이 멈춘 곳엔 5명의 청년이 춤을 추며 노래하고 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길거리 공연과는 조금 달랐다. 청년들은 공연 도중 두 손을 위로 올린 채 눈을 감고 기도했고, 아스팔트 바닥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무대 앞에 세운 작은 입간판엔 ‘지저스 러브스 유(Jesus loves you)’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청춘들의 해방구 이태원 거리 한편엔 하나님을 찬양하는 청년들이 있었다. 지난 10일 길거리 찬양을 위해 모인 이들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길거리 찬양하는 청년들
처음 길거리 찬양을 제안한 건 주영광(28)씨였다. 어느 날 묵상을 하다 베드로전서 2장 9절 말씀이 가슴에 들어왔다.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자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게 하려 하심이라.’ 거리에서 찬양으로 하나님을 전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함께할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크리스천 연예인 사역단체 미제이(MEJ)에서 함께 예배드리던 청년들이 같이 하겠다고 했다. 보컬리스트 최금비(33·여), 피아노를 전공한 고정민(25), 서울대 작곡과에 재학 중이며 싱어송라이터가 꿈인 우혜원(24·여)씨. 여기에 마커스 찬양집회에서 우연히 만난 조셉 붓소(23·한국명 최준섭)도 함께했다. 조셉은 지난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한국어과를 졸업한 뒤 한국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이곳에 왔다. 최근 케이블TV채널 Mnet에서 방영한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 우승해 유명세를 타고 있다.
팀의 이름은 ‘연탄365’라고 정했다.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연탄처럼 365일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충만하게 해주고 싶다는 의미다. 2015년 8월부터 토요일마다 격주로 이태원 거리에 나와 찬양을 한다. 처음엔 두려움이 컸다. 사람들 앞에서 공연한 경험도 거의 없었고, 거리에서 예수님을 전하는 것도 익숙지 않았다. 일부 주민들의 신고로 장소도 계속 옮겨 다녀야 했다. 혼자였다면 포기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함께 찬양하는 동료가 있었기에 의지하며 견뎠다.
연탄처럼 따뜻한 위로
30대 후반의 남성이 정리해고를 당했다. 한강 둔치에서 꽤 오랜 시간 낙담해 있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찬양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발길을 멈추고 연탄365의 찬양에 귀를 기울였다. ‘힘을 내요 당신에게 힘이 될게요.…용기 내어 걸어가요. 우리 함께.’(함부영의 ‘동행’) 남자는 이 찬양을 들으며 사람이 줄 수 없는 위로와 평안을 얻었다. 지금은 연탄365가 이태원 거리에서 찬양을 할 때마다 따라 나와 시민들에게 위로의 메시지가 적힌 쪽지를 나눠주고 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시련을 당한 남자가 크게 상심한 채 거리를 걷고 있었다. 아픔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 것 같았다. 위태로워 보였던 남자는 거리에 흐르는 찬양소리를 듣더니 갑자기 눈물을 쏟아냈다. 연탄365와 함께 찬양하던 한 청년이 남자의 손을 잡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거리공연을 마치고 남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는데 남자는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쏟아냈다. 자신의 모습이 마치 쓰레기 같다고도 했다. 금비씨가 위로했다. “우린 모두 하나님의 자녀이고, 그분은 당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계세요.” 그리곤 남자만을 위한 찬양을 불러줬다. 이지영의 ‘어 송 포 유(a song for you)’. 금비씨의 모자엔 ‘지저스 이즈 소 쿨(Jesus is so cool)’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해 10월 31일 할로윈 때는 성경 속 노아의 복장을 하고 이태원 거리에 나섰다. 예배당 없이 거리 전체를 교회로 삼고 있는 ‘웨이처치(way church)’ 사람들과 함께 노아가 선포하는 모양을 흉내 내며 복음을 전했다. 할로윈을 즐기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젊은이들은 자연스럽게 복음에 귀를 기울였다.
이들이 거리에서 찬양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위로를 다른 이들에게 흘려보내기 위해서다. 10일 밤 거리공연에서 마지막 찬양을 마친 조셉은 시민들 앞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이 고백은 조셉뿐 아니라 금비 영광 정민 혜원씨의 고백이기도 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너무 힘들었어요. 사람들의 시선도 차가웠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서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하나님 사랑 덕분에 행복했고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저를 알아봐주는 분들이 많이 생겼고 좋은 기회도 주어지고 있지만,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지금 이 자리를 겸손하게 지키라고. 제가 힘들 때 위로가 됐던 하나님 사랑을 이태원 거리에서 계속 찬양하며 알리고 싶습니다.” 글=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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