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7일(2016)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세운 명성의과대학 가운 착의식-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는 주님의 영광을 위해 의술을 베풀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나는 환자들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 받은 존재로서 존중하고 사랑으로 돌보겠노라.”
지난달 27일 아프리카 동부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자리 잡은 명성의과대학(MMC) 채플. 흰색 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긴장된 목소리로 선서문을 낭독했다.
이날 행사는 서울 강동구 구천면로 명성교회(김삼환 목사)가 의료선교를 위해 설립한 명성의대의 2016학년도 ‘가운 착의식’과 히포크라테스 선서식. 환자를 직접 만나는 임상실습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운을 처음으로 입어보며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지는 자리였다.
주인공은 지난해 9월 이 학교에 입학해 곧 2학년이 될 28명의 학생들. 학생들이 읽은 선서문은 일반적인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달랐다. 하나님이 주신 능력에 감사하며 주님의 이끄심에 의지해 환자들을 섬기겠다는 크리스천 의학도들만의 맹세가 담겼다. 마라나타 테스와비(21·여)씨는 “가운을 입으니 진짜 의사가 된 것 같다”며 “부담도 크지만 이 기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착의식과 선서식을 한 학생들이 앞으로 실습할 곳은 인근에 있는 명성기독병원(MCM)이다. 역시 명성교회가 설립한 곳으로, 2004년 문을 열었다. 이곳과 2012년 개교한 명성의대는 각각 한국교회가 아프리카에 세운 최초의 종합병원과 의과대학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명성기독병원은 에티오피아에서 처음으로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만들고 최초로 신경외과를 개설하는 등 여러 개의 ‘에티오피아 최초’ 기록을 세웠다. 현지 대통령은 물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에티오피아를 방문했을 때 응급 대기 병원으로 지정할 만큼 최고의 병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명성교회가 지금까지 병원과 학교에 투자한 총액은 500억원이 넘는다. 일단 진료비로 적자는 면할 만큼 궤도에 올랐지만 아직도 의대 도서관과 기숙사 등 새 건물 건축이나 의료장비 도입에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수익은 꾸준히 빈곤층 무료진료와 오지 환자들을 찾아가는 이동진료 등에 쓰고 있다. 선한 일을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환자를 무작정 병원 앞에 두고 가는 일도 생기곤 한다. 2013년 아프리카 병원 최초로 분리수술에 성공했던 샴 쌍둥이가 그런 경우였다. 병원을 찾은 지난달 30일에도 요리를 하다가 간질 발작으로 쓰러져 전신 화상을 입은 여성 환자가 무료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었다.
현지에서 ‘코리안 호스피탈(한국 병원)’로 불리는 병원의 이 같은 활동 덕분에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것은 물론이다. 교민이 300여명에 불과할 만큼 한국의 에티오피아 진출이 미미한 상태에서 명성기독병원이 민간외교 사절로서 역할도 톡톡히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타데세 하일레 산업부 차관은 “명성기독병원은 에티오피아 병원들이 벤치마킹하는 최고의 모델”이라며 “일시적 진료 봉사에 머물지 않고 에티오피아의 전문 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한국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김철수 명성기독병원장은 “병원이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그대로 에티오피아에 넘겨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130여년 전 한국 땅에 온 선교사들이 세브란스병원을 넘겨주었듯이 말이다. 명성교회의 에티오피아 사랑이 아프리카 선교의 단단한 모퉁이돌이 되고 있다.
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글·사진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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