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간증

다시 주기철로 돌아가자!- 일사각오 영화가 주는 감동

배남준 2016. 3. 2. 08:08

소강석의 꽃씨 칼럼] 다시 주기철로 돌아가자

 

[소강석의 꽃씨 칼럼] 다시 주기철로 돌아가자 기사의 사진 

    -소강석 목사-

 

한 남자가 있다. 암흑의 일제강점기, 잔인한 폭압과 위선에 맞서 싸우며 믿음의 지조와 절개를 지켰던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남강 이승훈이 세운 오산학교를 다닐 때부터 민족정신과 신앙 교육을 받았다. 그곳에서 조만식 장로를 만나 강인한 민족정신과 신앙의 정절을 배웠다. 그것이 가슴에 새겨진 삶의 표지가 되어 그 어떤 시류에도 휩쓸리지 않고 올곧은 길을 걷게 했다.
 
주기철 목사. 그는 처음 부임한 부산 초량교회에서 인정받은 목회자였다. 설교와 목양에서 흠이 없었다. 얼마 뒤 마산 문창교회 위임목사가 된다. 얼마든지 안정적인 목회를 하며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당시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던 평양의 산정현교회에 부임하면서 그의 인생은 격동의 파고 속으로 들어간다. 일본이 조선인을 황국신민으로 만든다는 정신적 식민정책을 펼치며 신사참배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뿐만 아니라 종교인들까지 신사참배는 우상숭배가 아니라 문화적 행위라고 변명하며 신사참배에 동참한다. 그때 그는 아녀자에게 정절의 의무가 있듯 신앙인에게는 믿음의 정절이 있어야 한다며 끝까지 신사참배를 거부한다. 결국 그는 아무 죄도 없이 다섯 번이나 투옥되고 갖은 고문을 당한다. 일제에게는 주 목사의 신사참배 거부가 단순한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천황 통치를 거부하는 독립운동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주기철 목사와 오정모 사모-


계속되는 일제의 폭압으로 감리교, 성결교, 구세군 등 대부분의 개신교단들이 신사참배를 결의했고 조선예수교장로회마저 1938년 9월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결의하고 만다. 주 목사는 “한국교회가 세상의 명예와 권력 앞에 믿음의 정절을 포기하고 무릎을 꿇었다”며 통회한다. 그리고 “칼날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한, 내가 그 칼날을 향해 나아가리라”고 외치며 순교의 길을 간다. 결국 광복을 1년 앞둔 1944년 옥중에서 죽음을 맞는다.

그는 우리와 다른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고문을 당할 때마다 혹시 정신을 잃고 하나님 앞에 죄를 범할까봐 갈등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아내가 면회 왔을 때 남긴 말도 숭고한 말이 아니었다. “여보, 동치미에 따뜻한 숭늉 한 그릇 먹고 싶네.” 그도 우리와 똑같은 연약한 한 인간일 뿐이었다. 그런 그가 이어령 교수가 말한 대로 일제라는 악마와 맞서 싸웠다. 

주 목사가 있었기에 일제라는 영적 암흑시대에도 별이 지지 않았다. 한국교회도 겉으로는 신사참배를 결의하고 협조하는 듯 보였지만, 대다수 신앙인들은 민족정신과 신앙으로 무장해 철저하게 일제에 항거했다. 조선총독 미나미 지로가 “한국 기독교는 일본 통치의 암적 존재와 같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교회는 독립운동의 정신적 기초요, 사상의 본류였다.  

이처럼 일제와 맞서 싸운 독립운동가요, 믿음의 정절을 지킨 순교자인 주 목사의 일대기가 영화로 제작돼 오는 17일 ‘일사각오’라는 제목으로 개봉된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시사회가 있었는데 온통 눈물바다가 됐다. 나 또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과연 우리는 주 목사님의 발끝이라도 따라갈 수 있겠는가. 산정현교회를 생각할 때, 오늘날 한국교회의 자화상이 얼마나 부끄러운가.” 

영화를 보며 나부터 가슴을 찢으며 회개하는 마음을 가졌다. 우리는 다시 주기철로 돌아가야 한다. 일사각오의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불쌍히 여겨 주실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 이 민족을 구원해 주실 것이다. 그러기 위해 기독교인이라면 ‘일사각오’ 영화를 꼭 봐야 한다. 아니, 목회자들이 먼저 봐야 한다. 신학교 교수와 학생들도 꼭 봐야 한다. 그래서 주 목사의 일사각오의 정신과 사상이 다시 한 번 한국교회와 사회에 파도치게 해야 한다.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 못지않게 흥행해 기독교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가 다시 살아나는 불꽃이 되기를 기대한다. 

소강석(새에덴교회목사)  -국민일보에서(20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