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장애인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낸 고 강영우(1944∼2012) 박사 가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예우가 각별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오바마 정부 선임법률고문인 강 박사의 차남 크리스토퍼 강(39·한국명 강진영)과 장남 폴 강(안과전문의), 강 박사의 부인 석은옥(74·워싱턴중앙장로교회 권사) 여사 등 7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환송연을 열고 축복을 기원했다고 24일 석 권사가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크리스토퍼 강이 6년 반 동안 백악관 법률고문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전미아시안아메리칸계위원회(NCAPA)에서 내셔널 디렉터로 일하게 된 것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했다.
석 여사는 2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환송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아들이 7년 가까이 특별한 자리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리며 매우 영광스러웠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오히려 우리가 고마웠다. 크리스토퍼 강 보좌관은 참 성실한 사람”이라고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8월 법률고문실을 개편하면서 백악관 입법보좌관이었던 강씨를 선임법률고문으로 임명했다. 백악관 선임법률고문은 대통령의 사법부 고위직 인선을 보좌하고 실무책임을 지는 요직이다. 강씨는 공식 업무보고는 물론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도 탑승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법적인 판단을 하도록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는 시카고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뒤 듀크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보좌관, 미국 상원 본회 수석 법률보좌관 등을 거쳤다.
시카고대 학부시절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이 대학 학생처장으로 있을 때 교수와 학생으로 만나기도 했다. 당시 103개 시카고 사회복지기관과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연결해주는 ‘유니버시티 커뮤니티 서비스 센터’를 창립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창립 과정에 미셸 여사도 관여했고 주 상원의원이었던 오바마 대통령과도 알게 됐다.
경기도 양평 출생의 강영우 박사는 10대 초 시각장애인이 된 뒤 신앙생활을 통해 꿈을 가졌고 연세대 등을 거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차관보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2006년 루즈벨트재단선정 세계를 움직이는 위인 127인에 등재되기도 했다.
석 여사는 “남편과 나는 힘든 일, 나쁜 일도 축복으로 바뀔 수 있다는 기독교적 가르침을 자녀들에게 늘 강조하며 살았다”며 “자녀에게 긍정적 사고방식을 가르치는 게 성경적 교육이다”라고 말했다. 석 여사는 2006년 한인여성들 봉사단체인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임’을 결성해 매달 양로원을 방문하고 미혼모와 장애인 등 소외계층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에서 6년 반 동안 근무한 크리스토퍼 강씨의 가족을 초대해 환송식을 열어줬다. 왼쪽부터 형 폴 강, 어머니 석은옥 여사, 오바마 대통령, 강씨의 부인과 딸, 강씨, 강씨 장인과 장모. 백악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