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창조과학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서울대 물리학부 제원호 교수

배남준 2015. 12. 11. 12:02

 

하나님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 - 서울대 물리학부 제원호교수 


            - 미국 예일대 출신 나노광학분야 자랑스런 세계적 권위자- 

 

 인류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역사상 가장 많은 과학적 발전을 이룩했고 인간 삶의 질은 급격히 향상됐다. 한마디로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물론 실제적인 응용에서 엄청난 진보를 이뤘다. 그러나 21세기는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시대가 될지 모르겠다. 이것은 미래의 불확실함과 불안감, 그리고 과학주의의 부정적 단면에 대한 반작용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인간을 괴롭혀온 걸림돌 중 하나는 과학과 종교가 함께 공존할 수 없다는 이분법적 사고일 것이다. 원래 그렇기 때문일까, 아니면 인간의 사고에 의해 생겨난 편견일까? 여기에서의 탈출구는 전혀 없는 것인가?

과학은 보이는 것들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그와 관련된 질문과 답을 찾으려 한다. 나아가 그 내면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들, 즉 보이지 않는 법칙들을 발견해 나간다. 예를 들어, 물리학자들은 자연의 복잡하고 다양한 현상들이 대부분 네 가지 힘-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으로 간단히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한마디로 과학은 보이는 것에서 시작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연결하고자 한다.

한편 신학과 같은 종교적 접근 방법은 정반대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여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에까지 관심을 돌린다. 예를 들어, 보이지 않는 그래서 때로는 추상적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영(靈)적인 신의 존재에서부터 시작하여 우리 주위에 나타나 보이게 된 우주와 자연세계, 그리고 인간의 본질과 섭리를 이해하고 연결고리를 찾고자 한다.

이와 같이 과학과 종교는 접근하는 순서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그 다루는 전체적인 대상에 있어서는 전혀 무관하지 않다. 둘 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동시에 다루고 또 서로 연결될 수 있음을 찾아낸다. 과학이 자연을 상대로 발견해온 고도의 지적인 합리성은 보이지 않는 창조주의 지혜에 의해 보이는 우주가 창조되고 또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성경은 설명한다. 따라서 모든 자연세계 안에서 보이지 않는 신적인 능력과 신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모든 피조물 중에 오직 인간만은 창조의 섭리에 조화롭게 움직이기보다는 오직 자기 생각에 옳은 대로 살아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러한 인간의 교만한 마음이 과학과 종교를 단순히 모순적인 것으로 분리시켜 왔는지도 모른다.

과학과 종교는 서로 사용하는 언어나 다루는 방법이 다르고, 이성과 감성 사이에 두는 무게가 상대적으로 다를 수 있지만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는 마치 어떤 복잡하게 생긴 고차원적인 형체를 어느 방향에서 빛을 비추느냐에 따라 스크린에 나타나는 그림자의 모양은 서로 다르고 때로는 모순되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보는 것이 전부이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도리어 다양한 각도에서 얻어진 그림자가 서로 합쳐질 때 전체의 하나 된 모습의 윤곽을 대략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게 된다. 그러기에 언젠가 이 땅에 나타난 모든 희미한 그림자의 실상이 드러나 알 수 있게 될 때가 있을지 모르겠다. 과학과 종교는 서로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상호보완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조화롭게 의식하면서 살 때 보이는 것에 묶이지 않고 벗어나게 되어 인간의 본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 세상에서 사는 동안 보이지 않는 영원한 것에 좀더 겸손히 눈을 돌려 신적인 거룩한 사랑을 나눌 때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균형 잡힌 사회를 이 땅에서도 서로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제원호 서울대 교수.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