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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만 하면 된다는 주장은 ‘반쪽 구원론’에 불과”

배남준 2019. 12. 3. 10:43
‘한국교회의 구원론 진단 : 구원파의 사촌?’ 김인환 목사
김인환 목사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성은교회에서 믿음과 행함이 조화를 이루는 구원론이 한국교회에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롬 1:17)는 말씀은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의 기치로 내건 성구로 ‘이신칭의’라고 불린다.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기만 하면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행위 구원’만 강조하던 로마 가톨릭에 대항했던 루터가 제시한 참된 구원의 길이었다.

하지만 그저 믿기만 한다고 구원에 이를 수 있고 건강한 신앙인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서울 강남구 성은교회에서 지난 20일 만난 김인환 목사는 “믿음만 강조하고 믿음의 행위를 강조하지 않다 보니 죄를 짓는 기독교인들이 생겨나는 것”이라며 “믿음으로 구원받았다면 삶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믿기만 하면 된다는 구원론은 결국 ‘반쪽 구원론’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구원에 이르는 ‘만능열쇠’로 오용되고 있다”면서 “믿는다는 것은 구원의 완성이 아니라 출발”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독 한국어 성경과 루터가 번역한 독일어 성경의 로마서 1장 17절에만 ‘오직’이라는 부사가 들어갑니다. 은연중에 믿음의 행위를 배제하는 것이죠. 헬라어나 영어성경에도 없는 표현입니다. 표준새번역 성경에서는 ‘오직’을 뺐습니다. 늦게라도 바른길을 찾은 게 다행이죠.”

김 목사는 “500년 전과 지금 상황은 분명히 다른데 ‘오직 믿음’만 강조하는 구원론에 집착하는 건 반쪽 구원론을 고수하겠다는 아집”이라며 “야고보서가 말하는 행위를 통한 구
김 목사는 최근 ‘한국교회의 구원론 진단:구원파의 사촌?’(쿰란출판사)을 펴내고 구원론이 지닌 한계를 짚었다. 이 책은 2017년 영문판으로도 출판됐다. 감리교신학대를 졸업한 김 목사는 미국 예일대와 드루대에서 역사신학과 조직신학으로 각각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신칭의 교리가 원도 함께 배우고 실천해야 균형 있는 구원론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야고보서 2장 17절에는 “이처럼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고 기록돼 있다.

그는 “믿음의 행위를 무시한다면 구원파의 극단적 구원론과 비슷해질 수 있다”면서 “구원파의 구원론을 쉽게 요약하면 행함을 배제한 믿음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믿음으로 말미암아 영원히 사는 길에 들어서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하지만 행위와 조화를 이뤄야만 바른 기독교인이 될 수 있고 삶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믿음과 삶이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구원의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구원파와 구원론을 공유하게 됩니다.”

그는 프랑스의 종교개혁가 장 칼뱅을 예로 들었다. 그는 “칼뱅은 믿음과 행함이 모두 중요하다고 설교하면서 금욕주의 신앙을 강조했다”면서 “우리가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다고 하지만 늘 죄를 짓고 때를 묻힌다. 건강한 신앙인이 되기 위해서는 믿음을 행동으로 드러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