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에서 피어난 희망의 노래,
지라니 합창단 이야기
쓰레기더미 위에 앉아 있던 아이를 보고 느낀 충격, ‘지라니’를 탄생시키다<?XML:NAMESPACE PREFIX = O />
평소에 목사이자 사회적 리더로서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어렵고 힘들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지 생각하다가 아프리카를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05년 12월 6일, 케냐 나이로비에 방문했을 때, 제 인생을 바꿔놓은 순간을 만났지요. 바로 악취가 코를 찌르는 엄청난 쓰레기더미 꼭대기에 한 아이가 힘없이 앉아 있는 것을 본 것이었습니다.
저는 북한, 방글라데시 같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지역을 종종 다녀봐서 웬만한 것으로는 잘 놀라지 않는데, 그 장면은 정말 숨이 멈추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아이도 하나님께서 지으신 존귀한 존재인데, 이 상황에서 어찌 인간의 존엄성을 얘기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 3개월 동안 고민하면서 그 아이를 위해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것이 마음의 큰 짐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그 아이에게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희망’을 갖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지라니 합창단’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라니 합창단(이하 지라니)은 태생적으로 나이로비 지역의 어렵게 사는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계 정상의 합창단을 만들어 아이들이 자립하도록 만들어줘야
제가 제일 우려한 것은, 어설프게 합창단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가난하고 불쌍한 아이들’, ‘도와줘야 하는 존재’로만 비춰지고 스스로도 그렇게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경험 상 어려운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 잘못되어 ‘노예근성’, ‘거지근성’을 길러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발해 조직적으로 가난한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요. 결국 빈곤의 해답은 그들 스스로 자립심을 키워 자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2개의 목표를 만들었습니다. 첫째, 세계 정상의 합창단을 만드는 것이며, 둘째, 아이들의 자립을 도와 스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것입니다. 빈 소년합창단처럼 저명하고 수준 있는 어린이 합창단으로 만들어, 세상 사람들에게 꿈과 소망, 감동과 기쁨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캐냐라는 척박한 문화의 땅에서 자란 이 아이들이 희망이 되고, 또 자립하여 자기들과 같이 어려웠던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감히 의심치 않았던 비전, 현실이 되기까지
처음부터 매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세계 정상의 합창단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 정상의 지휘자가 필요하고, 캐냐를 왕복할 경비, 반주자, 후원자들….비전만 있고 아무 것도 없었지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했는데, 대부분은 좋은 생각이나 그게 되겠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라니 합창단이 안 될 것이라고 감히 의심치 않는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는 종교적인 신념이 강하게 작용했습니다. 그 후 함께 할 동역자를 찾았는데, 한 번도 캐냐에 가본적 없던 사람이 제 아이디어를 듣고 ‘좋은 생각 하셨네요. 얼마가 필요합니까?’ 하면서 한국 1회 공연까지 총 비용인 1억 3천을 투자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돈이 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이슈인 지휘자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세계 정상의 합창단을 위해 이탈리아 유학은 다녀와야 하고, 지휘 경력이 있어야 하며, 객관적인 능력이 검증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그런 사람은 적어도 연봉이 억대는 넘어야 하는데, 우리가 줄 수 있는 돈은 사회복지사 수준이었지요. 그래서 찾아갔던 후보자 3명이 똑같이 하는 말이 “은퇴하고 도와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선교 일을 할 때 알았던 ‘다윗치아’라는 앙상블 단체를 이끄는 김재창 선생님을 만나 부탁을 했는데, “참 보람된 일인데, 생각을 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그 후 한 달이 지났을 때, 자신은 하고 싶은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으로서 가족회의 후 결정하겠다고 알려왔고 1주일 후 가족들이 찬성했다고 전해주었습니다. 그 후 캐냐의 그 쓰레기 더미에 살고 있는 아이를 만나러 함께 떠났습니다.
캐냐 로비에서 가장 최신형 52년 된 피아노와 함께
저도 캐냐를 겨우 2번 가봤고, 김재창 선생님은 한 번도 안 갔기 때문에 용감히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정을 다 알았다면 시작 못했을 것입니다.(웃음) 환경이 너무 안 좋았습니다. 당시 아이를 만난 자리에 들어가보니 한국의 국제 NGO가 운영하는 학교가 쓰레기장 옆에 있었는데, 24시간 쓰레기를 태우는 악취가 코를 찌르고, 썩은 물이 도랑마다 넘쳤습니다. 김재창 선생의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아침이면 낙태한 아이들의 시체가 있는 열악한 곳, 짐승들이 썩은 고기를 주어먹는 곳, 연기 때문에 호흡하기도 힘든 곳에서 합창을 하라니 화가 났다고 합니다. 목에 알레르기까지 있어서 심한 냄새만 나도 기침이 났었던 분이었습니다.
집에 가겠다는 그를 설득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함께 슬럼가에서 악기, 연습실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캐냐 나이로비에서 가장 최신형 피아노를 300만원 주고 샀는데 52년 된 중고 피아노였습니다. 그곳에는 2개의 피아노 가게가 있었는데, 대부분 1700년~1900년대 영국 식민지 당시 선교사, 영국귀족들이 사용하던 것이었고, 새 피아노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이들 오디션은 쓰레기장 NGO 운영학교에 공지해서 진행했습니다.
악보도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이 들려준 에델바이스의 감동
2005년 12월 6일 한 꼬마아이와의 만남으로 시작된 합창단과의 인연은 2006년 11월 16일 창단 감사예배를 드리고 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일 매일이 사건의 연속이었습니다. 전혀 준비가 안된 상태였기에, 모든 것이 산을 넘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었지요. 2년이 20년 같았습니다.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지만, 아주 심각한 합창단의 해체위기가 2~3달에 한번 꼴로 7번이나 있었습니다. 내부 합창단원, 지휘자, 합창단 음해하려는 현지 세력들의 고발, 자국 아이들을 한국 사람이 앵벌이 시킨다는 캐냐 정부의 오해 등…. 공식적인 해체 요청도 왔었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프리카 아이들이 노래를 천부적으로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케냐 학교 교육에는 음악이 학교의 정규 과목이 아니어서 악보를 볼 수 있는 아이들도 전혀 없었어요. 창단예배를 드리고 캐냐에서 세팅을 마치고 저는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는데, 3개월이 지나 케냐에 돌아갔을 때 아이들이 들려주었던 에델바이스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과 미국 등지에서 많은 공연을 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창단 7개월 만에 캐냐 대통령 궁에서 5000명 앞에서 공연을 했다라는 보고를 한국에서 받았습니다. 캐냐 대통령과 아이들이 악수를 하고, 사람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는 소식은 정말 기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공연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쉬운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상식적으로 풀려야 할 일들이 하나도 상식적으로 풀리지 않았어요. 한국에 오기 위해 83명의 아이들의 여권을 발급받아야 했는데, 아이들 중 11명만 출생신고가 되어 있었고, 9살에서 18살까지 72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는 것조차 기록되어 있지 않아서 역으로 출생신고를 하고 여권을 만들었습니다.
처음부터 ‘우리는 하나님의 일을 하기 때문에 부정한 방법으로 일하지 않고 성경의 방법대로만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이 모든 일을 헤쳐나가기가 더 만만치 않았습니다. 결국 3명은 출생신고가 안 되어서 35명의 아이들이 한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눈물 나는 성공의 한국 공연
첫 공연이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는데, 창단 1년 만에 음악이라고는 ‘ㅇ’자도 몰랐던 아이들이 하는 공연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반응이 대단했습니다. 그 후 공연장 마다 감격의 눈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불쌍하다’ 하면서 왔던 사람들이, 돌아갈 때는 눈물을 흘리며 오히려 아이들로부터 희망을 얻어 갔습니다.
지라니 합창단 홈페이지에 많은 분들이 후기를 남겨주곤 하는데, 기억에 남는 평을 소개함으로 지라니의 비전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음악 매니아라 세계적인 합창단, 세계 3대 성악가의 공연을 파리, 오스트리아, 미국 등에서 다 봤던 사람이다. 그러나 지라니 공연은 내 평생에 가장 감격과 눈물을 흘리게 했던 합창단 공연이었다. 나무십자가 합창단, 빈 소년합창단을 넘어가는 음악적으로도 대단한 공연이다.
그 후 세계 정상이 되기 위해 지인도 한 명 없던 미국으로 날아가 35번의 설명회를 진행하고, 설명회를 진행한지 넉 달 만에 미국 공연이 진행된 것, 그리고 미국에 머무르는 45일 동안 정확히 35번 공연을 진행하게 된 것... 정말 아무 것도 없던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이 모든 것은 기적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것이 제 힘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신 것이라는 고백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예일대학교, 뉴욕 맨하탄 프라미스 극장, 자마 필라델피아 컨벤션센터 등 7000명의 관중들과 시카고 한인선교대회 5,000명이 열광하는 공연을, 지금도 빵이 없어서 간식을 주면 굶고 있는 동생을 위해 반만 먹고 감추는 우리 아이들이 해낸 것입니다. 여러분, 삶은 기적입니다. 우리 아이들처럼 여러분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문제 없어요!”
나이로비에서 피어난 희망의 노래, 지라니 합창단 이야기 - 임태종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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