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주질환이 '만병의 씨앗'이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치주질환이 심장병·당뇨병 등 전신(全身)질환을 일으킨다는 연구는 2000년 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2011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비감염성 질환(병원균 감염 없이 발생하는 질환)이 치주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성모병원 치주과 박준범 교수는 "WHO 발표 이후 치과뿐만 아니라 류마티스내과, 호흡기내과 등의 타 진료과 의료진이 치주질환과 전신질환의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치주질환은 연구 초기만 해도 심장병·당뇨병·조산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졌지만, 최근에는 류마티스관절염·성기능장애·폐질환·암까지 연관질환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대한치주과학회가 국민 37만명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치주질환자의 경우 암 발생 위험이 남성은 16%, 여성 9%가 더 높았다. 학회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 587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 COPD 환자의 경우 심한 치주염이 정상인보다 1.6배 더 많았다.
어떻게 입속의 작은 염증이 온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두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먼저 잇몸과 구강 점막에 증식하는 세균이 혈관으로 침투하기 때문이다. 치주질환을 앓게 되면 잇몸 염증으로 인해 가벼운 칫솔질만 해도 피가 나는데, 이 과정에서 혈관이 열리게 된다. 고대안암병원 치과 송인석 교수는 "세균이 혈관 속으로 들어가 전신을 돌며 세균 감염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특히 치태에 있는 '진지발리스균' '고도니균', 구강 점막에 있는 '뮤탄스균'은 산소가 없어도 증식이 가능하고, 독성이 강하다.
입속 점막 퍼져 있는 림프관 속으로 세균이 들어간다는 주장도 있다. 세균은 림프관의 림프액에 섞여 흐르다가 정맥 속으로 들어가 혈액의 일부가 된다. 아주대병원 치주과 지숙 교수는 "건강한 사람은 혈액 속 세균을 면역세포에 의해 제거할 수 있지만, 만성질환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혈액 속 세균이 장기 등에 침투해 질병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잇몸 염증에서 만들어지는 '염증성 사이토카인'도 문제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분비되면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높아지는데, 이 과정에서 정상 세포와 DNA 등이 손상된다. 작은 염증도 배로 염증이 커진다. 또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간에 도착하면 간세포에서 체내 염증 수치를 높이는 C-반응성 단백질 분비를 촉진하는데, 이 단백질이 체내에 쌓이면 새로운 염증을 유발해 악순환이 된다. 박준범 교수는 "치주질환을 예방하는 게 전신질환을 막는 지름길이다"고 말했다.
☞치주질환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잇몸의 염증성 질환. 입 속에는 700종에 이르는 세균이 증식하는데, 이 세균이 음식물 찌꺼기와 함께 치주포켓(치아와 잇몸 사이에 생긴 틈)에 들어가 염증을 만들고(치은염), 결국 치조골까지 파괴시킨다(치주염).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04/201704040185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