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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테너집사 /한국의 폴포츠

배남준 2017. 2. 2. 18:29

[미션&피플]  ‘한국의 폴 포츠’ 된 3인 테너 ‘김태희·성정준·남현봉 집사’ 기사의 사진

‘쓰리테너’가 지난해 11월 경기도 고양시 강석로 더테라스에서 콘서트를 갖고 있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역경을 이겨낸 쓰리테너 멤버들은 ‘한국의 폴 포츠’로 불린다. 왼쪽부터 남현봉 김태희 성정준 집사. 아래는 이들이 생업에 종사하던 모습. 왼쪽부터 2008년 꽃게잡이 선원으로 일하던 남 집사, 2009년 수족관 관리기사 시절의 김 집사, 자동차를 정비하고 있는 성 집사의 지난해 모습. 쓰리테너 제공


수족관 기사·차 정비공·선원에서 ‘한국의 폴 포츠’ 된 3인 테너  

노래를 부를 때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노래 부르는 게 제일 좋았다. 그러나 열악한 가정 형편 때문에 음악 공부를 포기해야만 했다. 노래를 마음껏 불렀던 유일한 무대는 교회 성가대. 수족관 관리기사, 자동차 정비공, 꽃게잡이 선원으로 일하면서도 노래하는 꿈을 버리지 않고 기도했다. 하나님은 기도에 신실하게 응답하셨다. 방송에 출연한 뒤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쓰리테너(The Three Tenors)’ 멤버이자 ‘한국의 폴 포츠’로 불리는 김태희(44·군포제일교회) 성정준(48·대구 산성교회) 남현봉(35·제주 우리순복음교회) 집사 이야기다.  


2015년 결성된 쓰리테너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한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역로의 한 카페에서 31일 만난 김 집사는 “하나님은 소망이 없는 우리들을 세워주신 분”이라며 “찬양으로 꿈과 희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 집사는 “찬양으로 하나님을 전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고백했다.  

쓰리테너는 각각 2008년과 2009년, 2011년 SBS TV의 ‘스타킹’에 수족관 관리기사, 정비공, 꽃게잡이 선원으로 출연해 탁월한 성악 실력을 보이며 일약 스타가 됐다.  

가난으로 음악 포기 

김 집사는 2000년 결혼해 수족관 관리기사 일을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에 제약이 없어 교회 봉사활동과 음악공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음반을 스승 삼고 인터넷의 글들을 교과서 삼아 홀로 노래연습을 했다. 2008년 우연히 스타킹에 출연한 후 마음껏 노래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관리기사 일을 그만두고 음악 활동에 전념했다. 최근 고등학교 교과서에 그의 이야기가 희망의 아이콘으로 실렸다.

성 집사 역시 정식 음악 교육을 받지 못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 3개가 절단되는 아픔을 겪은 뒤 방황하다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성가대 봉사를 꾸준히 했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던 중 성가대 지휘자의 추천으로 2010∼2011년 ‘전국아마추어성악콩쿠르 대회’에 여러 차례 출전했다. 처음으로 성악 레슨을 받으며 최선을 다해 준비한 결과, 대상과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이를 눈여겨 본 대구오페라하우스 관계자가 방송사에 제보하면서 2011년 스타킹에 출연했다. 현재 자동차정비공장을 운영하면서 음악 공연도 하고 있다.  

군산 선유도 출신인 남 집사만 전주대 성악과에서 공부한 이력이 있다. 졸업반이었던 2009년 고향에 내려와 친구와 1년 가까이 꽃게잡이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나는 바람에 음악 공부를 지속할 수 없었던 것. 그러나 친구의 재능이 아까웠던 고향 친구가 방송 프로그램에 그를 제보한 뒤부터 다시 노래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희망의 아이콘 ‘쓰리테너’ 

김 집사는 2015년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두 사람에게 쓰리테너로 활동하자고 제안했다. 2009년부터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김 집사는 찬양으로 어린이를 살리는 일에 사명감을 가졌다. 쓰리테너는 지난해부터 교회 등에서 찬양 간증집회를 하며 어린이 후원 결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속초 전국장애인영화제 홍보대사’로 위촉된 쓰리테너는 장애인 관련 행사 등에도 적극적이다. 성 집사와 남 집사가 각각 대구와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어 자리를 함께하기가 쉽지 않지만 함께 공연하면서 느끼는 기쁨과 은혜는 세배 이상이다.

쓰리테너의 비전은 기독교 문화에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쓰임 받는 것이다. 취업난 등으로 고통 받는 청년들에게 이들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까.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길이 보입니다. 하나님은 꿈 꾸는 자를 자신의 도구로 사용하십니다.”(김태희) “비관이 아닌 희망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꿈이 더디게 이뤄지더라도 그 시간까지 노력하는 과정을 즐기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성정준) “힘든 상황일수록 하나님을 의지하며 기도하면 반드시 응답해주십니다.”(남현봉)

광명=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