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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피난시절 장석주 교장선생님을 뵙기로

배남준 2021. 5. 15. 09:23

                              * 국민학교 4학년때 부산 피난 시절, 우리의 교실은 사진과 똑같은 천막 교실이였다 *

 

 

 

 

부산...6.25피난시절

    -  그 시절 우리의 집은 거의가  산위에 세워진  하꼬방(판자집)이였다 -

 

스승의 날이 가까와 오면 장석주 선생님에 대한 애틋한 정이 새롭게 더욱 살아옵니다.

장 선생님은 지금 연세가 83세, 뇌졸증과 페암으로 투병중에 계십니다.

선생님은 초임 때 우리 국민학교 4,5학년을 담임하셨고, 교장 선생님으로 퇴직하셨습니다.

 

늘벗회 - 6.25 부산 피난 시절, 국민학교 동창 친구들 작은 모임의 이름입니다.

서울대학교 전인영 교수가 지은 이름입니다.

 

 피난 시절 어렵고 힘든 환경속에서 특별한 정으로 맺어졌던 우리들의 우정에, 참으로 걸맞는 명칭이라는 생각이 들어 미소가 지어집니다.

 6.25전쟁기간  우리는 부산 영주동 박가산에 위치한 피난 국민학교 4,5,6학년을 같이 공부했습니다.

 

 우리의 교실은 미군용 천막이었고, 우리의 책상은 사과 궤짝이었고, 우리의 걸상은 그저 가마니 위에 앉아 글을 썼습니다. 우리의 가방은 보자기에 책을 싸서 어깨에 둘러매고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우리의 운동장은 산 전체의 비탈이 우리의 드넓은, 뛰노는 공간이었습니다.

때로는 배가 고파 쬰디 흙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면, 그것은 색깔과 부드러움이 꼭 쵸콜렛을 닮아서,  그 때는 마치 하늘의 별처럼 귀했던 쵸콜렛을 먹는 듯한 환상에 빠져들다가, 한동안 부작용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던 기억들이 있습니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이지만, 우리는 모든 일에 열심이었고 정말 행복했습니다.

중고등 학교, 대학시절을 통털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산 자락 자연속에서 영글었던 우리들의 꿈은, 순수한 동심의 도화지 위에 한 점 티없는, 아름다운 그림을 새겨놓았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 나이가 70을 곧 바라봅니다.

살아오며 행복이란 꼭 물질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우리는 그 시절의 체험으로 깨닫고 있습니다.

 

 그 꿈 많고 순결했던 소년 시절 동화 속에 우리는 주연이었고

감독은 그래요, 그 감독님은 바로 장석주 선생님이셨습니다.

장 선생님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꿈과 비젼을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헌신적인 열정으로 가르치셨고  엄 할 때는 호랑이셨고  온화하실 때는  우리들의 친구였습니다.

 운동장이 없는 우리의 유일한 운동은 바로 닭싸움이 었는데,  우리와 어울려 딹쌈도 하시고

우리와 같이 권투 장갑을 끼고 시합도 하셨습니다.

 

그 덕분으로 우리가 중학교에 진학해서는 우리 모두가 닭 싸움의 대표로 또래 동급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유쾌한 추억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반에 키 크고 힘센 친구가 있었는데,  수업 시간 장 선생님께 혼 났던 분풀이를, 이 때다 싶어 선생님을 코너에 몰고 사정없이 때려서, 벌개진 선생님 얼굴을 바라보며, 우리 모두 박수치며 즐거워했던 기 억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선생님은 얘기꾼이셨어요. 신라시대 이차돈의 얘기를 매일 연속으로 들려주셨습니다.

어찌나 재미 있었던지 끝이나면,  너무 아쉬워하고  내일의 얘기를 기대하며 잠이들었습니다. 

중학교 들어가서 제일 먼저 빌려 본 책이 바로 이광수 작 '이차돈의 죽음'이었는데, 선생님의 들려 주시던 내용보다 영 재미가 적었습니다.

 

선생님에대한 기억들, 우리들의 추억을 밤 새워 얘기해도 다 적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장석주 교장 선생님!

저희들 늘벗회 회원들이  이번 16일 수요일 찾아 뵙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자리가 벌써부터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한 바탕 추억의 웃음 보따리가 풀어질테니까요.

그간 뜸뜸이라도 뵈웠는데,  오랜 기간 뵙지 못한 저희들 용서하세요.

 

 선생님!  남은 생애 고통없이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이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크리스천이신 선생님,  우리 크리스천들은 영원한 아름다운 천국을 사모해야지요.

 

 우리의 소년 시절, 우리에게 작은 지상 천국을 만들어 주셨던 선생님!

진정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문득 10여년전 지난 날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