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에 전류가 흐르면 필라멘트가 뜨거워지며 밝은 빛을 낸다. 노랗게 달궈진 필라멘트는 왜 빛을 내는 걸까?
늦가을 노랗고 빨간색으로 울긋불긋 물든 아름다운 산을 보면 다채로운 단풍의 절경에 감탄하게 된다. 진한 노란색으로 뒤덮인 은행나무 가로수 길은 포근한 느낌이다. 단풍은 기온이 낮아지고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나뭇잎이 활동을 멈춰 나타나는 현상이다. 단풍잎의 색은 여러 색소의 조합에 의해 결정된다. 활동을 멈춘 잎의 엽록소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붉은 색소인 안토시안이 생성되는 잎에는 붉은 색 또는 갈색 계열의 단풍이 들고, 안토시안이 생성되지 않는 잎은 엽록소의 녹색에 가려 보이지 않던 카로티노이드 또는 엽황소 색소가 드러나면서 노란 단풍이 든다.
우리 뇌에 새겨진 빛과 색의 감각
모닥불을 피울 때 타오르는 불꽃에도 단풍잎의 노랑, 빨강, 주황 빛이 묘하게 섞여 있다. 단순히 색깔의 관점에서 보면 불꽃의 노란색이나 단풍잎의 노랑색은 같다고 해야겠지만 사실 같은 색은 아니다. 실제로 똑같은 색을 띤 물체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심지어 같은 물체라 하더라도 조명에 따라 색조, 음영, 온도가 다른 색채가 나온다. 예를 들어, 색의 온도 관점에서 한 번 생각해 보자. 노란색이나 주황색 계열의 색은 따뜻한 느낌을 주고, 빨간색은 뜨거움 또는 위험을 직감하게 한다. 디지털 사진의 경우 픽셀의 표현 방법을 조절하여 색조를 바꾸면 원본 사진을 따뜻하거나 차가운 느낌이 나도록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화가나 사진 전문가는 난색(暖色, warm color)과 한색(寒色, cool color) 계열의 색을 활용해 따뜻하거나 차가운 느낌을 표현해내기도 한다.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전등이 발명되기 전까지 인간이 빛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은 유일하게 불을 피우는 것 뿐이었다. 색이 주는 온도에 대한 직관적 느낌은 아마도 원시시대부터 사용한 불에 대한 경험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주황색 계열의 모닥불 불빛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아마도 모닥불의 열기가 우리가 느끼는 색의 온도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우리는 회색이나 푸르스름한 색에서 차가움을 직감한다. 흐리고 추웠던 날에 대한 경험이 차가운 색 느낌으로 전달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노란색과 주황색은 따뜻한 느낌을, 파란색과 보라색은 차가운 느낌을 준다. (출처: (cc) Ricordiamo at wiki.org)
스스로 빛을 내는 물체 중에 불꽃을 피우지 않고 뜨겁지도 않으면서 빛을 내는 광원이 있다. 차갑게 빛을 낸다고 해서 냉광(冷光, cool light)이라고 한다. 백열등의 달궈진 필라멘트나 모닥불 불꽃의 빛은 뜨거운 열에너지에서 발산되는 반면, 냉광은 대부분 전기에너지나 화학에너지를 전환시켜 빛을 낸다. 예를 들어 발광다이오드(LED, Light Emitting Diode)는 전기에너지를 빛으로 바꾸는 냉광이고, 반딧불은 생체에너지를 빛으로 만들어내는 화학적 냉광이다. 다른 예로는 형광이나 인광처럼 빛에너지를 흡수하여 빛을 내는 경우인데, 형광등에 발라진 형광물질은 가스 방전으로 만들어진 자외선을 가시광선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이런 식으로 뜨거운 열 없이 빛을 내는 냉광은, 열에너지와 상관 없이, 빛을 내는 형광물질 또는 발광분자의 성질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에 대부분 난색의 성분이 적어 차가운 분위기를 낸다.
단풍잎의 노랑, 빨강, 주황 빛깔은 햇빛을 받아 만들어진다. 단풍잎과 마찬가지로 물체의 색 대부분은 그 물체가 품고 있는 색소에 의해 결정된다. 색소는 물체의 색깔이 나타나게 해주는 성분으로 스스로 빛을 내지 않고 햇빛이나 전등과 같은 광원의 빛을 받아 빛깔을 만들어 낸다. 광원이 없으면 색소는 어떤 색깔도 낼 수 없다. 그럼 색소가 어떻게 특정 색을 내는지 알아보기 전에 빛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먼저 생각해 보자.
빛의 뒤에는 전자의 가속운동이 있다
태양, 모닥불, 반딧불, 등잔불, 백열등, 형광등, 레이저, 발광다이오드(LE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여러 광원이 빛을 내는 메커니즘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모두 전자, 즉 전하 입자의 움직임이 있다. 앞선 글 [스마트폰 배터리 한 개로 들어올릴 수 있는 사람 수는?]에서 전하를 띤 물체의 전기에너지를 운동에너지 또는 위치에너지에 비교한 적이 있다. 전하에 전압을 걸어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과 무거운 물체를 높이 들어 올려 위치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은 같은 원리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체가 중력에 의해 가속하듯이 높은 전압에서 낮은 전압으로 움직이는 전하 입자는 두 전압 차이에 의한 전기장의 힘을 받아 가속 운동을 한다.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듯이, 높은 전압에 저장된 전기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빛이 만들어진다. 전자가 전기력을 받아 가속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전기에너지의 일부가 전자기장 파동을 만들어 에너지를 내뿜기 때문이다. 전기에너지 중에서 운동에너지로 전환되지 않은 에너지 일부가 전자기장의 파동 에너지로 변하는 것이다.
앞선 글 [자석은 왜 철을 끌어당길까?]에서 자석 주변에 뿌려 놓은 쇳가루가 만든 자석 줄의 모양에서 자기력의 흐름인 자기장을 연상할 수 있었다. 전하를 띤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전기력도 자기력의 흐름과 마찬가지로 전기장으로 표현할 수 있다. 전기장과 자기장은 처음에는 전기력이나 자기력 같은 힘의 흐름을 형상화한 것에 불과한 가상적인 개념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아무 것도 없는 공간, 즉 진공에서 퍼져 나갈 수 있는 전자기파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전자기장의 실체도 확인되었다. 마치 호수에 돌을 던졌을 때 생기는 파문이나 바닷가 모래사장에 밀려오는 파도와 같이, 전하를 띤 입자가 가속 운동을 할 때 전자 주변에 전기장과 자기장의 파동이 만들어지고 그 전자기파는 공간 속으로 퍼져 나간다.
전자는 원자의 에너지 구조에 따라 빛에 서로 다른 색을 입힌다
빛은 가시광선 영역의 파장 또는 진동수를 갖는 전자기파다. 백열등이나 형광등, LED 전등은 모두 빛을 내기 위해 전기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자의 전기에너지가 열에너지와 빛에너지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가 간다. 그러나 LED에서 빛을 내는 전자는 가속 운동을 하면서 전자기장에 파문을 남긴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LED 반도체 내부의 불과 수십 나노미터 공간에 갇혀 있는 전자는 그 에너지 상태가 순식간에 바뀌는 양자역학적 전이과정을 통해 빛을 내기 때문이다. 개념적으로 전자의 가속 운동이 양자상태의 전이로 바뀌었을 뿐 전기에너지의 차이가 양자에너지의 차이로 전달되고 그 결과 전자기파인 빛이 만들어 진다는 원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LED 반도체의 양자상태 에너지는 물질과 원자 구조의 특성에 의해 일정하게 결정되기 때문에 특정 LED는 그 안에 갇힌 전자 상태의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특별한 파장의 빛만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약 2.7전자볼트(eV) 에너지 차이의 양자상태가 존재하는 반도체 LED에 전기에너지를 공급하기만 하면 460나노미터 파장의 청색 빛이 나온다. 빛을 낼 수 있는 양자상태 구조는 LED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루시페린 분자로 구성된 반딧불의 발광분자는 생화학적 에너지를 받아서 약 2.3 eV의 에너지로 초록색 빛을 만들어낸다. 에너지 차이가 2.0 eV 이하로 내려가면 파장의 길이가 늘어나 640나노미터보다 긴 빨간색이나 적외선 빛이 나온다. 화려한 레이저 쇼에 사용되는 형형색색 레이저 빔의 원리도 이와 마찬가지다. 특정 물질의 양자상태 에너지 구조에 의해 빛의 색이 정해지는 것이다. 단풍잎의 색을 결정짓는 원리도 다르지 않다. 색소 분자의 양자상태 에너지 구조에 따라 노란색 또는 주황색, 아니면 빨간색 파장의 빛이 쉽게 흡수되거나 반사되기 때문에 색깔을 내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전자를 가둔 구조가 풀려 버린다면..
뜨겁지 않은 상태로 빛을 내는 LED나 반딧불 모두 빛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양자 에너지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전기에너지든 생화학에너지든 외부 에너지만 제공되면 특정 파장의 빛을 쉽게 뿜어낸다. 그렇다면 성냥불, 가스불, 모닥불과 같은 뜨거운 불의 빛은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보통 주광색(晝光色)이라고 말하는 태양 빛은 여러 파장의 빛을 품고 있다. 프리즘을 통과한 햇빛이 무지개 스펙트럼을 보이는 것이 그 증거다. 무지개 스펙트럼에는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잘 살펴보면 약 400나노미터 파장의 보라색에서 약 700나노미터의 빨강색까지 모든 파장의 색이 연속적인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햇빛에는 빨간색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 빛과 보라색보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까지 포함돼 있다.
태양은 수소 원자를 태워 헬륨 원자를 만드는 핵융합에서 얻은 에너지로 표면 온도를 섭씨 6200도 정도로 유지한다. 이 온도에서는 거의 모든 물체가 녹아버리는 정도를 넘어 끓는 상태가 된다. 태양 표면에서는 분자나 고체 형태의 물질은 존재할 수 없고 양성자와 전자가 분리된 플라즈마 상태가 된다. 용광로의 철이 녹는 온도가 섭씨 1600도 정도에 불과한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LED 반도체와 같이 특정 파장의 빛을 내는 양자 에너지 구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자유롭게 움직이는 전자와 양성자가 거의 모든 파장의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가속 운동을 하게 된다. 전자와 양성자가 서로 부딪치면서 흡수하고 방출하는 여러 파장의 전자기파가 섭씨 6200도에서 열적 평형을 이루어 방출한 결과 무지개 스펙트럼의 빛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섭씨 6000도가 넘는 태양광은 노란색과 초록색 사이에서 최대 밝기를 유지하는데 반해, 백열등은 빨간색과 적외선의 밝기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백열등 필라멘트의 온도가 섭씨 2500도 정도로 낮아서 빨간색 쪽으로 스펙트럼의 분포가 쏠리기 때문이다. 백열등 필라멘트의 온도가 바로 색의 온도를 나타낸다. 우리가 느끼는 따뜻한 색은 광원의 온도로는 섭씨 2500도다. 그런데 섭씨 1000도 이하의 잿불과 섭씨 2500도의 백열등은 따뜻한 색인데 반해, 섭씨 3000도 이상의 높은 온도인 할로겐 램프의 색은 태양광의 색에 가깝고, 파란색 성분이 많아 오히려 차가운 느낌을 준다. 아이러니하게도 빛을 내는 광원의 온도가 낮을수록 따뜻한 난색의 느낌을 주고 반대로 온도가 높으면 차가운 한색으로 인식된다.
광원의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색채의 심리학
지금까지 빛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과 빛의 색에 대한 얘기를 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색을 인지하고 물체의 색깔을 구분해내는지 그 이유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빨강, 초록, 파랑을 빛의 삼원색이라고 하고 이 삼원색의 조합이 만들어낸 색상환은 원형이다. 색상환에는 빨강색과 보라색이 이웃하고 있지만 태양의 무지개 스펙트럼에서는 빨강색과 보라색은 멀리 떨어져 있다. 다음 글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으로서 빛의 역할을 살펴보기로 하자.
'기독교 > 창조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소폭탄의 원리-미래의 에너지 성배, 핵융합 (0) | 2016.01.12 |
---|---|
그랜드 캐넌은 노아홍수의 증거이다 (0) | 2016.01.12 |
[스크랩] 모든 물질은 파동이다. (0) | 2016.01.10 |
성경은 사실이다 (0) | 2016.01.10 |
성경의 사실- 공룡과 함께 공존 (0) | 2016.01.10 |